세월호 침몰 사고지점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 해상의 배 안에서 문규현(71) 신부가 오열하는 단원고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씨를 감싸안고 위로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세월호 침몰 사고지점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 해상에 설치된 지름 50㎝ 가량의 구형 황색 부표. 멀리 최초 구조자들이 이송됐던 동거차도가 보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14일 오전 11시1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 세월호 침몰사고 지점에 도착한 단원고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씨가 애써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노란 팬지 한 다발을 바다 위에 던지고 난 뒤 서러움이 복받친 듯 뱃전에 주저앉아 한동안 목놓아 울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가 임대한 9.7t급 낚시어선 307덕원호는 팽목항 인근 서망항을 출발해 1시간여만에 사고해역에 도착했다. 이 배에는 실종자 가족 6명와 희생자 유족 5명 등 세월호 가족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19박20일 동안 450㎞를 걸어온 도보행진단이 팽목항에 도착하는 날짜에 맞춰 팽목항에서 사고지점까지 해로 35㎞를 연결하는 의식에 나선 참이었다.
사고지점에는 지름 50㎝ 가량의 둥근 부표만이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멀리 병풍도와 동거차도가 희미하게 보일 뿐 사위는 온통 적막하기만 했다. 해상을 누비던 헬기와 경비정의 소음도 멈춘 지 오래인 듯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도보행진단이 국토를 종단하며 다져온 ‘온전한 세월호 인양’의 바람을 전하기 위해 칼바람이 부는 뱃전으로 나아갔다.
“은화야~!” “다윤아~!”
가족들은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꽃다발 2개를 바다 위에 던졌다. 남편과 동생을 찾지 못한 이들은 설을 앞두고 준비한 사과와 곶감을 뿌리며 그리움을 표현했다.
30여분 동안 사고지점에 머물던 덕원호가 뱃머리를 돌리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씨는 “내 딸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가 못꺼내 줘서 미안해”라며 오열하다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탈진한 이씨는 돌아오는 1시간 동안 내내 뱃전에 누워있어야 했다. 동승한 문규현(71) 신부가 이씨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지만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을 달랠 수는 없었다. 문 신부는 “사랑하는 딸을 데려 가지 못하는어미의 마음이 오죽하겠느냐”며 “실종자 가족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단원고생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6)씨가 14일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 해상의 세월호 침몰사고 지점에서 꽃다발을 바다 위에 던지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세월호 실종자인 권재근씨의 형 권오복(59)씨와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부인 유백형(54)씨가 14일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 해상 세월호 침몰사고 지점에서 곶감을 바다 위에 던지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부인 유백형(54)씨가 14일 세월호 침몰 사고지점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선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귀로의 선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54)씨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자꾸 눈물을 훔쳤다. “따뜻한 떡국이라도 한 그릇 건네고 싶다. 어제는 아들 대학 졸업이었는데 가장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자꾸자꾸 눈물이 난다”고 말끝을 흐렸다. 유씨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남편과의 연애시절 사진들을 보여주며 추억에 잠겼다.
선장 박태일(62)씨도 “사고지점에 갈 때마다 유리창에서 발버둥치던 학생들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주검을 찾고 기름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선체를 하루빨리 인양해야 맞다”고 말했다.
배가 서망항으로 돌아오자 실종자 가족들은 임시숙소가 마련된 팽목항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51)씨는 “기다림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게 가장 견디기 어렵다. 설 연휴 때는 국민들한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1인 시위를 벌일 생각이다. 왜 피해자가 이래야 하는 것인지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라고 혀를 찼다.
유경근 가족대책협의회 대변인은 “차디찬 바다 밑에 있는 실종자 9명을 찾지 못하면 진실규명도, 추모사업도, 안전한 사회 건설도 다 허망한 일일 뿐”이라며 “실종자를 찾는데 세월호 해법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도/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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