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확보한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교사가 원생의 얼굴을 밀치는 장면이 나온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지난달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영상이 공개된 뒤 성난 여론에 정치권과 정부가 부랴부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24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선 예산을 핑계로 다른 근본적인 대책은 미룬 채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법안만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는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할 보조교사 도입 등의 대책은 3~4월에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지만, 예산 확보 여부가 불투명해 당장 올해부터 시작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어린이집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에 필요한 재원은 800억~1000억원가량이다. 필요 예산은 시시티브이의 성능·저장기간, 한 곳당 설치 대수 등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는 이날 어린이집 시시티브이 설치를 의무화하고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영유아보육법에 담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부담할 시시티브이 설치·유지(30일 보관 기준) 예산은 650억원으로 추계했다. 나머지는 지자체와 어린이집이 분담하게 된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즉각 퇴출시키는 제도(‘원스트라이크 아웃’)도 도입하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가 근본 대책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 대책과 (보조교사 도입 등에 필요한) 추가예산 조달 방안을 함께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다른 대책이 부족하더라도) 내일 소위에서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반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에만 매달리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경기보육포럼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국회는 민간 시장에 의존한 보육정책을 폐기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시·군·구의 상시적인 관리감독 체계 강화, 양질의 보육교사 양성체계 및 노동환경 개선 등과 같은 국가책임 보육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며 “여야의 행태는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다시금 져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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