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하려고 걸어나오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공직사회 반응
어쩔수 없는 시대 흐름 인정
“공직사회 경각심 깨울 계기”
“한국사회 한단계 업그레이드”
일부 “공무원 너무 몰아부쳐”
“지인과 밥먹는 것도 꺼려질 것”
어쩔수 없는 시대 흐름 인정
“공직사회 경각심 깨울 계기”
“한국사회 한단계 업그레이드”
일부 “공무원 너무 몰아부쳐”
“지인과 밥먹는 것도 꺼려질 것”
3일 국회에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것에 대해 공무원들은 대체로 부정부패 관행과 단절하고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시대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치부해 자긍심이 깨진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고용노동부의 한 공무원은 “세상에 대가 없는 금품이 어디 있나. 김영란법이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북돋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교육부의 한 고위 공무원도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는 공직자가 금품을 받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게 어려워진다. 공직사회 중 특히 사업을 하거나 인허가권을 쥔 부서, 조달 관련 부처 등에 꽤 의미있는 변화가 서서히 일어날 것으로 에상된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더라도 얼마짜리 식사인지, 누가 돈을 내는지 더 신경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취지와 의미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을 놓고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법의 적용 대상을 넓힌다고 해서 부패 관행이 일망타진하듯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대다수 일반 공무원들한테는 달라질 것이 없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패에 연루돼 적발된 공무원 비율이 극히 낮다는 얘기다. 행정자치부의 자료 등을 살펴보면, 2013년 중앙부처 전체 공무원 62만1823명 가운데 금품 및 향응 수수로 징계를 받은 경우는 271명이다.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큰 방향은 맞지만 식사 등에 대해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을 만들려면 관련 협회 사람들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자리도 꺼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지역 한 경찰서 과장은 “너무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긴 한다. 식당 메뉴에 따라 과태료 부과 기준(1인당 3만~5만원 예상)을 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안 걸릴 사람이 있겠나 싶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새로운 관행과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도기에 생각지도 않은 부작용이나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들을 개혁 대상으로 너무 몰아붙인다. 자긍심이 무참히 깨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편집국 종합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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