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동시조합장(농협·수협·산림조합)선거가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중앙농협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농·축·수·산림조합장 동시선거
‘깜깜이 선거’ 탓 현직 우세 속
농협 개혁 작은 씨앗 뿌려져
‘깜깜이 선거’ 탓 현직 우세 속
농협 개혁 작은 씨앗 뿌려져
11일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지명도가 높은 현직 조합장들이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개혁 성향 후보자 50여명도 당선돼 농협 개혁의 적지만 소중한 씨앗이 뿌려졌다. 청주 청남농협 안정숙(63) 당선인을 비롯해 여성 후보자 일부도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조합장이 됐다.
이날 전국 각 투표소에는 조합원들이 투표 시작 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 등 80.2%의 잠정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토론회나 합동연설회가 금지돼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등 제도적 빈틈과 ‘돈선거’가 문제로 지적됐다.
농협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장 모임인 ‘정명회’ 소속 후보자 14명 중에선 6명이 당선됐고 ‘좋은 농협 만들기 정책선거 실천 전국운동본부’의 농협 개혁 서약에 참가한 141개 조합의 후보자 187명 중에선 51명이 당선됐다.
이들은 앞으로 개별 농협을 개혁하고, 전국적으로 연대를 꾸려 농협중앙회의 개혁과 변화를 압박하는 활동을 펼 예정이다. 정명회 소속인 경남 거제 신현농협 지영배(59) 당선인은 “‘예산결산 알기 쉽게 공개’와 ‘중앙회 입김 벗어나기’ 등 조합 개혁 10대 약속, 인접 농협간 3대 약속, 중앙회 개혁 6대 약속 등을 일정을 정해 하나하나 추진하겠다. 개혁적인 조합장들과 함께 농협을 바꿔 조합원들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 화순 능주농협 노종진(51) 당선인은 “조합 안에 교육위원회를 설치해 농한기에 농민학교, 농업학교를 열겠다. 조합원 1988명한테 약속한 대로 모든 정보와 자료를 공개해 투명하게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농·축협 1115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에서 한날 치러지면서 조합의 개혁을 바라는 조합원의 바람을 하나로 묶는 효과를 거뒀다. 또 개혁 성향 조합장 50여명이 나오면서 농협 개혁을 단위 조합부터 중앙회까지 광범위하게 실행할 기반도 마련했다. 농협 개혁의 방향과 내용 등 다양한 논의가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진도(62) 지역재단 이사장은 “농협 개혁이 전국적으로 공개적으로 이뤄진 일이 전에는 한번도 없었다. 이번 선거가 이런 논의의 물꼬를 텄다. 선거가 혼탁했다지만 개별적으로 치러졌던 전보다는 나아졌다. 토론·연설회를 여는 등 선거법을 개정하면 다음 선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 전국에서 총 1326명의 조합장을 동시에 뽑은 이번 선거는 3508명이 등록해 평균 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안관옥 기자, 전국종합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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