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가거도에 응급환자를 싣기 위해 갔던 해양경비안전본부 헬기가 바다에 추락했다.
13일 밤 8시27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방파제 남쪽 3㎞ 해상에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B-511 펜더 헬기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조종사 최승호(52) 경위, 부조종사 백동흠(46) 경위, 정비사 박근수(29) 경장, 응급구조사 장용훈(29) 순경 등 4명이 타고 있었다. 수색에 나선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사고 발생 2시간여가 지난 밤 10시40분께 정비사 박 경장을 사고 해역에서 발견했다. 구명동의를 입은 채 인양된 박 경장은 당시 호흡과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으나 끝내 숨졌다.
이 헬기는 이날 오후 7시40분께 가거도 보건지소에서 맹장염 증세를 보이는 임아무개(7)군을 이송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목포 서해해경안전본부에서 이륙했다. 하지만 가거도 선착장 부근에 짙은 안개가 끼어 주민이 보내는 손전등 신호를 확인할 수 없어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하다가 갑자기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 임세국씨는 “방파제에서 손전등으로 착륙을 유도했지만 워낙 해무가 짙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회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깜빡깜빡하던 빨간 불빛이 순식간에 바다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프랑스유로콥터사에서 도입한 길이 13.7m, 폭 3.3m, 높이 4.1m 규모의 8인승으로 한번 연료를 넣으면 3시간 안팎 운항이 가능하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승객 18명을 구조한 바 있다. 이 헬기는 야간 항법장비, 자동비행장치, 전자동엔진조종장비, 응급의료장비, 헬기탐색구조장비, 비행기록장비, 인명구조 인양기 등을 갖추고 있다.
서해해경안전본부는 사고해역으로 경비함정을 출동시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해해경안전본부는 “9시42분 현장에 맨 처음 도착한 305함이 헬기 문짝 등 잔해와 심한 기름냄새를 확인했다. 조명탄을 쏘아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인근 1508함, 1006함 등 함정과 어선 등을 동원해 수색하고 있지만 짙은 해무와 높은 파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군은 이날 밤 11시15분께 함문식함을 가거도항으로 입항시켜 애초 맹장염 증세를 보여 헬기를 요청했던 임군을 목포항으로 이송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