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지난해 3월3일 ‘송파구 세 모녀 죽음’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적극적인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송파 세 모녀’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며 지난해 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이 정작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처지의 이들을 돕는 데 한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논란은 정부가 최근 기초법 시행령을 바꾸며 ‘독소조항’을 그대로 살려둬 더욱 커지고 있다. 바뀐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더라도 ‘송파 세 모녀’는 여전히 기초생활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14일 국무회의를 열어 기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기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처 성격으로, 차상위계층의 범위 일부 조정과 ‘(수급 대상자) 소득의 확인 및 가산 근거 마련’ 등이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 가운데 특히 논란을 빚는 대목은 ‘소득의 확인 및 가산 근거’ 부분이다. 개정안을 보면 “수급자 또는 수급권자의 소득 관련 자료가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 등에는 보장기관이 개별가구의 생활실태 등을 조사하여 확인한 소득을 실제소득에 더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확인한 소득’(확인 소득)이란 곧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용 과정에서 활용돼온 ‘추정 소득’ 개념을 뜻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의 근로능력 등을 조사해 실제로는 없는 소득을 ‘추정’해 매기는 게 추정 소득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모자란 금액만큼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게 기초생활보장제도인데, 추정 소득이 생기면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다.
문제는 추정 소득이 이처럼 ‘확인 소득’으로 이름만 바뀌어 사실상 그대로 유지된다면, 송파 세 모녀 등 일부 저소득층은 여전히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직후 복지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다수의 언론 매체는 이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했더라도 두 자녀의 근로능력을 인정받아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하거나 얻더라도 유지하지 못했으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15일 “일해도 최저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빈곤층과 자활사업 등에 참여해 충분히 소득을 얻을 수 있는데도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는 수단으로서 ‘확인 소득’ 조항의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근로능력과 관계없이 빈곤층한테도 국가가 최저 수준의 소득은 보장해준다는 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취지”라며 “추정 소득이든 확인 소득이든, 이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일부 빈곤층의 수급권은 여전히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