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장 1일 법사위 재논의 통과 촉구
“담뱃갑 경고그림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요? 그렇게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저의 행복추구권을 방해합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좌절된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의무화 법안’이야기가 나오자 서홍관(57·사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의무화 내용을 포함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한테 혐오감을 주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정안은 1일 법사위에서 다시 논의된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수년 동안 서 회장이 외쳐온 대표적인 금연 정책인 ‘담뱃값 인상’과 ‘음식점 전면 금연’ ‘금연보조제 건강보험 적용’에 이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까지가 최근 1년새 모두 이뤄지는 셈이다.
서 회장은 1988년 정부가 양담배 수입 정책을 발표할 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반대한다’는 성명서 작성을 맡으면서 ‘금연 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흡연의 폐해를 공부하면서 그 자신 “담배를 피우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길로 11년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나만 끊어서 될 일이 아니라 의사인 내가 환자들부터 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당시 근무하던 인제백병원에 금연클리닉을 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1990년대 중반엔 흡연 인구만 1300만명이었어요. 환자 몇 명 끊게 하는 것으로는 어림없다는 판단으로 금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국내 금연정책이 최근 몇년 간 대폭 강화됐지만 서 회장은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려면 여전히 개선할 점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제조사와 브랜드만 빼고 모든 담뱃갑의 모양과 색깔, 경고 문구를 똑같게 하는 ‘디자인 단일화’다. 특정 브랜드에 집착해서 이뤄지는 흡연을 줄이자는 것으로 국외에선 이미 금연효과가 입증된 방안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시행 중이고 프랑스와 영국도 최근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서 회장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법정까지 갔지만 결국 사법부가 지적재산권과 건강권 가운데 건강권의 손을 들어줬다. 충돌하는 가치 중 어떤 게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는 데 우리도 결국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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