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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친정’ 불려나온 피의자 홍준표

등록 2015-05-08 21:01수정 2015-05-08 23:19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있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 출석하며 포토라인
에 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있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 출석하며 포토라인 에 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거물 피의자는 검찰청 앞에서
한풀 꺾인다”던 홍 검사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검찰 불구속 기소 방침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인정합니까?

“허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습니다.”

-측근을 통해 (돈 전달자인) 윤아무개씨를 회유한 사실 있습니까?

“없습니다.”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포토라인에 서서 두 가지 물음에만 답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뒤로한 채 검찰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혁 변호사와 비서가 그 뒤를 따랐다. 한때 ‘홍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거물 정치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친정’을 찾은 장면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8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여권 유력 인사 8명 가운데 홍 지사가 ‘1번’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케이나인(K9) 관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한 그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긴장감이 역력한 그의 얼굴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뒤 경남도청에서 법리 해설을 자청하며 당당하게 기자들을 대하던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의 분위기는 홍 지사가 검사 시절 경험을 담아 펴낸 책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의 한 대목과 겹쳐 보였다. 홍 지사는 1988년 11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성배 전 서울시장을 소환조사했다. 그는 책에서 당시 “팔십여명의 기자들의 취재경쟁 속에 둘러싸인 김 시장은 출두하면서 이미 얼이 빠져 있었다”며 “대형사건을 수사할 때는 언론의 도움도 가끔 받게 된다. 부인하려고 단단히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출두했는데 검찰청 현관에서의 취재경쟁과 몸싸움 과정에서 거물 피의자는 이미 한풀 꺾인다. 이 때문에 수사를 하기가 용이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언론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피의자를 맘 편히 지켜보았다면, 이젠 그때보다 4배나 더 많은 기자의 취재경쟁 속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검찰에 불려가는 얄궂은 운명을 맞은 것이다.

홍 지사는 오전 9시58분께 서울고검 12층 1208호 조사실에 도착해 문무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대전지검장)과 잠깐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10여년 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 수사 때에도 검사와 참고인으로 만났던 인연이 있다. 문 팀장은 대학(고려대 법대)·검사 선배인 홍 지사에게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가지고 여쭤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피의자’인 홍 지사에 대한 신문은 서울북부지검에서 특별수사팀에 파견된 손영배 부장검사가 맡았고, 평검사와 수사관 한명씩이 옆에서 신문 과정을 기록했다. 손 부장검사는 홍 지사를 상대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건네받았는지,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측근들을 통해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회유에 나섰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홍 지사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적극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늦게까지 홍 지사를 조사한 검찰은 홍 지사를 기소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그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사실 등이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환봉 이경미 기자 bonge@hani.co.kr

[관련 영상] 무죄확신, 출두요~ 홍준표 경남지사 검찰 소환 / <한겨레TV> 불타는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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