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억울한 9년8개월’ 견디고 자유 되찾은 로버트 김

등록 2005-10-05 19:10수정 2005-10-05 19:10

로버트 김
로버트 김
“집값 비싸다지만 고국에서 살고 싶다”
“그동안 커튼이 쳐진 창문 틈으로 희미하게 세상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커튼을 확 제치고 밝은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미국 법원의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으로 4일(현지시각) 자유의 몸이 된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씨는 “꿈만 같다”며 “내달엔 고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군사기밀을 한국정부에 넘겨준 혐의로 구속된 뒤 9년8개월만의 완전한 자유다.

1974년 미국으로 귀화한 뒤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분석관으로 일하던 그는 1997년 군사기밀을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쪽에 넘겨줬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조국을 도운 대가는 컸다.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그 때는 정말 돈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부인 장명화(63)씨는 회고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모범수로 인정돼 7년5개월여 만에 가석방됐다. 그러나 한 달 가량은 발에 전자발찌를 차고 집에서만 생활했다. “발찌에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이 달려 있어 1주일에 한번 교회를 가는 걸 빼곤 집 앞 신문도 가지러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발찌는 그해 7월 풀렸지만, 3년간의 보호관찰을 받은 김씨는 거주지인 버지니아 매나서스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미법원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
임종 못한 부모 선영찾아 인사부터
“정부 서운하기보다 국민들 고마울뿐”

그는 “올 8월에 법원에 보호관찰 종료 청원을 했다. 법무부의 반대가 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보호관찰관이 내가 모범수라고 판사에게 얘기를 잘 해줘, 이번에 보호관찰 집행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호관찰이 끝난 지금 그는 언제든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인이다.

그는 내달 한국을 찾으면 우선 돌아가신 부모님 선영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가 가석방되기 몇 달 전인 지난해 2월에, 어머니는 그가 집으로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6월4일 세상을 떠났다. 또 그를 도와준 친구와 후원회원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할 생각이다.

자신의 석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한국정부에 대해 그는 “서운한 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을 지지하고 성원해준 국민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 장명화씨는 “솔직히 구속된 첫해엔 고생도 많이 했고, (한국정부를) 원망도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은 다 가셨다. 많은 국민들이 편지를 보내주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걸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끈끈한 정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고국에서 살고 싶다. (한국 집값이 비싸다고 하니) 가장 싼 데를 찾아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