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고 수습중…4층서 투신
책임감·압박감에 극단 선택한 듯
중국 당국 “기사 과속 탓 사고 발생”
책임감·압박감에 극단 선택한 듯
중국 당국 “기사 과속 탓 사고 발생”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서 발생한 한국 공무원 버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현지에 머물던 최두영(55) 지방행정연수원장이 5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 경찰은 투신자살이라고 결론지었다. 사고에 대한 책임감과 압박감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최 연수원장이 지안시 홍콩시티호텔 4층 방에서 1층 현관 로비로 추락했다. 호텔 보안요원이 새벽 3시13분께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리청 지안시 공안국장은 이날 오후 “최 원장이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을 종합한 결과 최 원장이 추락할 당시 객실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며 “현장 감식에서도 객실 창문에서 최 원장의 지문이 채취됐고 부검에서 타살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 쪽은 “현장에 유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이 묵은 객실에서는 볼펜으로 눌린 자국이 있는 메모지가 발견됐지만, 글씨는 없고 물음표만 하나 그려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의 최 원장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는 말이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 최 원장은 2일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과 중국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사고 수습 활동을 벌여왔다. 사고수습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국외연수를 비판하는 여론에 힘겨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망자들의 운구·장례절차를 둘러싼 한국 정부와 중국 당국, 유족의 입장 차이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최 원장은 행정고시(27회) 출신으로 행정안전부 정책기획관, 자치제도기획관, 지방행정국장, 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올해 1월 지방행정연수원장에 취임했다. 지방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조직 구성원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공안당국은 4일 “운전사의 과속과 운전 부주의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안시 공안국 교통대대는 이날 중간 수사발표에서 “사고 버스의 주행기록을 조사한 결과 당시 속도가 시속 66~68㎞로 제한속도를 초과한 것이 명백하다. 사고 지점 5.4㎞ 앞에 제한속도가 시속 40㎞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다”며 “사고의 주요 원인이 버스 운전사의 과속과 커브길에서의 운전 부주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지린성 정부는 3일 저녁 한국 사고수습팀에 사망자를 한국으로 운구하는 데 동의한다고 알려왔다. 이에 따라 사망자의 주검은 6일 낮 1시5분 한국에 도착해 곧바로 소속 자치단체 지역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장례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치러진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음성원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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