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형 장군, ‘율곡계획’ 입안
박 전 대통령 큰 신망 얻어
박 전 대통령 큰 신망 얻어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장인인 고 이병형 육군 중장이 박정희 정권에서 전력증강계획인 ‘율곡계획’을 입안해 박 전 대통령의 신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 정 후보자의 발탁 배경에 ‘원격의료 전문가’라는 점 말고도 이런 인연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한겨레>가 육군사관학교(육사)에서 정리한 이 중장의 공적 자료를 봤더니, 이 중장은 1972년 합동참모본부장으로 취임해 자주국방을 위한 전력증강계획인 ‘율곡계획’을 입안했다. 당시 한국은 간첩 관련 작전에도 군부대를 동원할 경우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이 중장은 국가 안보정책에 입각한 국방목표를 수행할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독자적으로 군사력을 건설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근래의 보고 중에서 가장 의욕적이고 고무적인 보고를 감명 깊게 들었다”며 즉석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전략 수립과 군사력 건설에 대하여 작전지휘권은 언젠가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므로 합참은 이에 대비하여 참모 훈령 및 장기 군사전략을 수립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돼 있다.
이 중장의 대통령 보고 뒤 2년이 지난 1974년부터 한국군은 ‘제1차 전력증강계획’(율곡사업)을 수립해 방위력 개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엔 ‘전력투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1928년생으로 2003년 작고한 이병형 중장은 1947년 9월 육사 4기로 임관해 한국전쟁 당시 대대장·연대장으로 참전했다. 정전 뒤엔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5군단장·합참본부장·육군2군사령관 등을 역임했고, 1989년엔 전쟁기념사업회장으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건립을 지휘했다. 이 중장은 슬하에 정 후보자의 부인인 이지연(57)씨를 비롯해 1남2녀를 뒀다.
백기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7일 “1974년 이전까진 미군 군사원조에 의존하던 국내 군사력이 율곡사업을 계기로 ‘M1 소총’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자주 기술력과 국방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율곡사업의 의미가 크다”며 “이병형 장군은 뛰어난 전술·전략가로 국방사에서 인정받아온 분”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