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저자로 학술지에 3편 발표
제자 이름 빼고 정형외과팀 올려
제목·연구 대상·내용·결론 비슷
서울대병원 등 2곳서 연구비 받아
복지부 “사실관계 확인중”
제자 이름 빼고 정형외과팀 올려
제목·연구 대상·내용·결론 비슷
서울대병원 등 2곳서 연구비 받아
복지부 “사실관계 확인중”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들의 논문을 ‘가로채기’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7일 <한겨레>가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정 후보자가 게재한 논문을 분석했더니, 자신을 제1저자로 해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3편이 그가 지도한 대학원생의 석사논문 3편과 제목은 물론 연구 대상, 내용, 결론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 후보자는 제자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리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1993년부터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우선 정 후보자가 2004년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실은 ‘경직성 편마비에서 염전 변형에 따른 보행 양상’이라는 논문을 보면, 2003년 제자가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경직성 편마비에서의 염전 변형과 보행 양상’과 제목·내용·결론이 비슷하다. 연구 대상자는 아예 ‘1995년 4월~2002년 3월 서울대병원 정형외과에서 경직성 편마비 수술을 받은 환자 236명’으로 똑같다. ‘11명의 환자한테 경골의 염전 변형이 있었고, 30명의 환자가 족부 변형을 동반하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 역시 두 논문이 일치한다.
이 밖에 정 후보자가 제1저자로 2007년 같은 학회지에 게재한 ‘경직성 양측마비에서의 양측 대퇴골 감염 절골술’이라는 제목의 논문도, 2005년 10월에 제자 한아무개씨가 제출한 석사논문 ‘경직성 양측마비에서의 양측 대퇴 감염 절골술’과 유사하다. 두 논문의 서론 첫 문단은 단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을뿐더러, 연구 대상자 수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한 환아 26명으로 똑같다. 다만 연구 기간만 제자 논문은 1997~2004년이었는데 정 후보자 논문은 1997~2005년으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 후보자가 2005년 이 학회지에 실은 논문 ‘정상 한국인의 3차원 보행 분석’ 역시 자신이 지도한 제자의 석사논문 ‘정상 한국인 보행의 3차원적 운동형상학적 및 운동역학적 분석’과 큰 차이가 없다. 연구 대상만 각각 40명과 30명으로 차이가 있다고 표기돼 있을 뿐 실험 결과와 의미는 똑같았다.
논문 3편에 모두 제자 이름은 빠졌지만 정작 같은 정형외과팀에서 일한 교수들 4~5명은 공저자로 등재돼 있다. 논문 3편에 모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서울대병원의 한 정형외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10년 넘게 지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한 해에 10편이 넘게 국내외 논문을 제출하다 보면 서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제자 이름이) 실수로 빠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에 대한 평가도 외국 학술지 중심으로 받기 때문에 국내 학술지는 특히 더 신경을 쓰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이들 3편의 논문으로 서울대병원에서 2번, 한국인체기초공학연구재단에서 1번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이민호 박사는 7일 “제자의 학위논문을 교수와의 공동저작물로 본다 하더라도 제자의 이름을 빠뜨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며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발표한 논문이) 제자의 논문과 별개의 논문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류근혁 복지부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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