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부동산 반영 새로 산정”
OECD 기준 땐 빈곤율 50% 수준
재산정 뒤 수치 낮아지더라도
노인 빈곤 실태 달라지지 않아
OECD 기준 땐 빈곤율 50% 수준
재산정 뒤 수치 낮아지더라도
노인 빈곤 실태 달라지지 않아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보완할 새로운 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인데, 노인 빈곤율 수치를 낮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8일 “우리나라는 그동안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을 선호하다 보니 노년에 가지고 있는 재산이 주로 부동산인데, 이런 자산은 빈곤율을 측정하는 국제 통계에는 소득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런 점을 보완해 정확한 노인 빈곤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조처는 지난 9월 열린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사회적 기구) 회의에서 “한국은 집을 소유한 노인이 많고 의료보장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 국내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2013년 기준)은 49.6%, 오이시디 평균은 13.5%다.
흔히 국제 비교에 쓰이는 오이시디의 노인 빈곤율 기준은 ‘66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노인의 비율’이다. 오이시디의 기준 소득에는 근로소득, 공적이전소득(국민·기초연금), 사적이전소득(자녀 용돈 등)이 들어간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해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65살 이상 노인들의 자가 보유 비율은 67.8%다.
오이시디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13’ 보고서를 보면, 자기 집을 소유한 노인들이 아낄 수 있는 임대료(귀속 임대료)를 소득에 반영하면 가처분소득이 평균 18%포인트 높아진다. 이를 고려하면 노인 빈곤율이 나라별로 평균 7.5~11.7%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50%에 육박하는 노인 빈곤율 수치가 다소 낮아질 순 있지만 노인 빈곤의 실체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되레 정부가 공적연금 강화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악용할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노인들이 보유한 주택은 대부분 상속이나 실거주 목적이 많아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소득으로 환산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권문일 덕성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외국의 자산 개념과 달리 우리는 노부모들이 상속 목적으로 자산을 갖고 있어 현금화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올리자고 하는 근거를 노인 빈곤에서 찾으니, 그걸 원하지 않는 쪽에선 ‘노인이 가난하지 않다’는 주장을 들고나온 셈이다. 현재 노인 빈곤율이 10%포인트 떨어지더라도 오이시디 1위인 상황에서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한국 노인 빈곤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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