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가 교내 축제에서 학칙을 어기고 주점을 열었다는 이유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16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한국외대는 2012년부터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점 설치를 줄곧 불허해왔다. 그러나 총학생회 쪽은 학생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클린 주점’을 운영했다고 반박했다.
한국외대는 19일 “2012년부터 ‘교내 음주문화 개선 선언문’(선언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점 설치를 불허했고 이번 축제 때에도 사전에 학생처에서 주점을 설치하면 징계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며 “20일 총학생회 구성원 6명을 포함한 16명을 대상으로 징계위를 연다”고 밝혔다. 외대 총학생회는 앞서 지난 8일 가을 대동제에서 △정해진 시간에만 주점을 운영할 것 △고성방가·성추행 등 소란이 일지 않게 할 것 △끝난 뒤 뒷정리를 잘할 것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이 담긴 ‘클린 주점 선언문’을 낭독하고 일일 주점을 운영했다.
외대 학칙과 학생징계규정 등엔 ‘학교 내에서 음주를 하고, 소란한 행위를 한 학생은 근신 또는 유기정학 처분을 한다’는 규정이 이미 있었지만 유명무실하다가, 2012년 9월 총장이 주재한 교무위원회가 선언문에 ‘캠퍼스 내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점 설치를 불허한다’는 문구를 명시한 뒤, 학교 쪽은 ‘주점 설치 불허’를 엄격하게 적용해왔다. 같은 해 10월 외대의 한 동아리에서 주점을 운영했다가 동아리 회장이 근신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당시 몇몇 대학의 주점에서 과도한 음주로 사고가 난 곳도 있었고, 정부가 대학·공원 등 공공 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선제적 조처’로 이런 선언문이 나왔다고 학교 쪽은 설명했다.
총학생회 쪽은 학교의 처사에 ‘학생들의 자정 능력을 무시한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강유나 한국외대 부총학생회장은 “2012년 일방적으로 학교 쪽에서 교수들끼리 (교내 주점 설치를 불허하는) 선언문을 작성해 발표했다”며 “학생들이 주체가 돼 충분히 자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규칙을 만들어 ‘클린 주점’을 운영했고 실제로 평도 좋았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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