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민중총궐기, 각양각색 복면 퍼포먼스
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만민공동회 준비모임’이 주최한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위한 예술행동, 액숀가면’행사가 열렸다.‘만민공동회 준비모임’은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들이 꾸린 모임이다.
이날 행사에는 민중화가 임옥상(65)씨 등 예술가 20여명이 참여했다. 예술인들은 저마다 스파이더맨 가면, 닭모양 가면, ‘IS’라고 적힌 마스크, 복면 등을 쓰고, 손에는 ‘집회’ ‘표현’ ‘자유’ ‘보장’ 등의 단어가 적힌 색색의 손팻말을 들었다. 임 화가는 천과 종이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 얼굴 모양의 대형 가면을 만들어 들고 나왔다. 가면에는 “IS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 등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담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스파이더맨 가면을 쓴 예술인 허성우씨는 “예술이 예술로 바로설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마스크>의 짐 캐리 가면을 쓴 연극배우 이종진씨는 “당신들의 얼굴이 더 가면을 쓴 것 같다는 걸 말하려고 ‘액숀가면’을 하고 있다. 집회, 표현의 자유, 문화 예술의 자유가 말살되면 정말 살기 힘든 나라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파란색 눈가면을 쓴 엄동우 한예종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는 ‘문화 융성’이 아니라 검열이 융성해지고 있다. 문화민주주의가 지켜지는 사회여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이 ‘복면금지법’ 운운하면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맨 얼굴로만 시위하다가 복면을 쓰니 즐겁다”고 했다.
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본명 한밭·41)는 불사조를 내세운 이동식 음향장비 ‘그루브 구루마’를 가지고 나와 즉석 거리공연을 펼쳤다. 야마가타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모든 예술 검열 반대’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외쳤다.
앞서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선 ‘복면시위왕 청년학생 행진’ 행사가 열렸다. 서울청년네트워크, 전국학생행진, 청년정치로,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들이 마련한 행사다.
200여명의 청년들은 북인사마당에서 시작해 인사동 사거리, 보신각, 을지로를 거쳐 시청광장까지 행진했다. 행령의 가장 앞줄에 있는 청년들은 ‘국민을 이긴 독재는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멈췄다’ ‘박근혜 독재를 멈춰라’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청년들은 갖가지 복면을 쓰고 행진에 참여했다. 5~6명이 똑같은 박근혜 대통령 얼굴 가면을 쓴 채 ‘난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뭘한걸까?’ ‘넌! 혼이 비정상’ 등의 손팻말 들고 걸었다. 닭 복면을 쓴 한 참여자는 앞뒤로 ‘노오오력하세요’‘저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금빛 복면을 쓰고 참여한 김지혜(28)씨는 “복면금지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오늘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진하면서 ‘스톱모션 퍼포먼스’를 두차례 진행했다. 호루라기를 불면 모든 참가자가 그대로 멈춰 30초 동안 아무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 퍼포먼스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멈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보신각에서 이뤄진 두번째 ‘스톱모션’에선 박근혜 대통령 가면을 한 7명의 참가자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들기도 했다.
글·사진·영상 박수지 현소은 기자 suji@hani.co.kr
[관련 영상] 2차 민중총궐기, 발랄한 복면 시민들
[관련 영상] 백남기 선생 쾌유를 비는 촛불의 행렬
[관련 영상] 복면 시민 "국가를 전복하려는 것도 아닌데..."
[관련기사]
▶거리로 나선 종교인들 “평화의 도구가 되겠다”
▶청년들, 주민등록증 자르고 ‘국민 사퇴 선언’
▶청년들, 주민등록증 자르고 ‘국민 사퇴 선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