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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 방치로 중증 질환 앓는 아들들, 죽여달라는 말에…”

등록 2015-12-08 16:48수정 2015-12-08 19:42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열린 퇴소식에서 가족들이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논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열린 퇴소식에서 가족들이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논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부상 장병’ 어머니의 애끓는 편지 공개돼 파장
“훈련중 두 아들 다리 다쳐 CRPS 판정…군은 나몰라라” 주장
국방부 “치료 및 민간위탁 거부 사실 아냐…치료비 책임질 것”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들들이 죽여달라는 말을 하며 고통을 호소하지만 저희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이젠 같이 죽고 싶다는 나쁜 마음까지 생깁니다.”

군대에 보낸 아들 두 명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데 심지어 치료비까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는 한 어머니의 편지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의당 국방개혁단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아들의 치료비 폭탄으로 가정이 붕괴한 ‘한국판 라이언 일가’ 사연을 공개했다. 이 사연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큰아들 육아무개 상병과 작은아들 육아무개 일병을 군에 보낸 어머니 유아무개씨가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정의당 국방개혁단의 설명과 유씨의 편지 내용을 종합하면, 먼저 작은아들 육 일병이 입대 직후인 지난 3월12일 육군훈련소에서 훈련 중 넘어져 왼쪽 무릎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 훈련소에서는 ‘타박상’으로 진단하고 파스 몇 개를 주고 방치했다. 군 병원에서는 “단순 타박상에 꾀병”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5월10일 큰아들 육 상병도 훈련 중 넘어져 오른쪽 무릎에 실금이 생겼다. 소대장은 어머니 유씨에게 “단순 타박상”이라고 말했고, 군 병원은 역시 “꾀병 부리지 말라”고 핀잔을 주며 육 상병을 방치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육 상병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중증 질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곧이어 육 일병도 같은 병명을 진단받았다. CRPS는 외상을 입은 뒤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으로, 해당 부위가 주로 화끈거리거나 아리는 듯한 양상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정의당 국방개혁단은 CRPS에 대해 “산통에 버금가는 고통을 주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외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서 중증 질환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의당 국방개혁단은 “두 형제를 담당한 군의관들이 군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하니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군수도병원 쪽이 예산을 핑계로 위탁진료 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두 형제 모두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해 10여 종류의 진통제를 매일 투약하고, 주 1회 통증완화시술을 받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게다가 치료 비용은 대부분 두 형제의 가족이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민간병원에서 이뤄지는 통증완화시술은 현재까지 1500만원이 들었는데 모두 육 형제 가족이 부담했고, 통증을 완화하는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 역시 1인당 500만원 정도 자부담을 하고 있다. 정의당 국방개혁단은 “현재까지 치료 비용 4500만원 가운데 2500만원 정도를 가족이 자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바로 가기 : 똑같이 지뢰 밟아 다쳤는데…박 대통령 문병 안 오면 치료비 무대책? )

국방부는 입장 자료를 내고 “해당 장병의 진료를 담당한 군 의료진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비를 핑계로 민간병원 위탁진료를 거부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며 “육 상병은 부상 당한 당일 간부가 직접 인솔하여 국군고양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고, 육 일병은 국군대전병원에서 MRI 검사와 약물 처방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이후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약물치료 등 통증완화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희망에 따라 6차례에 걸쳐 민간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다”며 “현재로서는 민간병원 치료비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순 없지만, 국군수도병원은 민간병원 수준으로 CRPS 치료에 필요한 MRI 검사, 약물 및 운동처방 등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드린 바 있다. 향후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은 민간병원에서 내년 1월에 시술받을 예정이며, 이 시술은 군 병원의 진료 능력을 초과하므로 치료비 전액을 군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 박병수 기자 nang@hani.co.kr

두 형제 어머니 유아무개씨가 심상정 대표에게 보낸 편지. 정의당 제공
두 형제 어머니 유아무개씨가 심상정 대표에게 보낸 편지. 정의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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