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는 거니까 나한테도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재능기부를 그렇게만 생각했죠.”
2011년 9월 박종민(45·사진 가운데)씨는 사회복지기관으로부터 ‘기타 재능기부’를 권유받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천안성정복지관에서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학생들이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을 해온 것이다.
충남 천안의 한 업체에서 고분자 연구원으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박씨는 2009년 혈액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었다. 항암 치료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몸무게가 36㎏이나 줄어 혼자서는 걷지 못해 휠체어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죽음과 가까이 지내던 그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떠올린 것은 ‘음악’이었다. 학창시절부터 30년간 기타를 취미로 연주해온 그는 직접 직장인 밴드를 꾸려 활동중이었다.
박씨는 “재능기부라는 게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 자랑거리도 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복지관 소개로 만난 아이들과의 첫 강습은 서로 데면데면했다. 기타를 배우겠다고 온 중학교 1~3학년 학생 10여명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시큰둥해하기만 했다. 그는 간단한 코드를 응용해 노래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이유 없이 반항도 했던 자신의 청소년기와 투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기타를 배운 지 채 몇 달 되지 않은 2012년 12월엔 복지관에서 첫 공연도 했다. 아이들은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조하문의 ‘눈 오는 밤’ 같은 노래를 연주했다.
박씨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공연을 더 했는데, 아이들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가 어우러져 화음을 만들고 그것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감기몸살로 그가 강습을 하러 가지 못하자 아이들은 전화를 걸어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 건강하세요. 사랑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병마와 싸울 때도 의연했고 눈물 한번 보이지 않던 나였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기타 교실은 2014년 12월까지 3년 동안 이어졌다.
올해 초 의학적 완치 판정을 받은 박씨는 회사에 복직해 일하고 있다. 그는 “저한테 음악은 저만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용이었는데 아이들한테 기타를 가르치면서 받은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얻어진 새 삶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지난 3년간 해왔던 재능기부의 경험을 토대로 자그마한 재능이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이 되는 그런 삶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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