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관련된 가벼운 책들이 서점에 넘쳐나지만, 정작 장르로서의 문학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에 너무 많은 글들이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한겨레21> ‘손바닥 문학상’은 바로 ‘어쩌면 글이 되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찾는 문학상입니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8일 올라온 <한겨레21>이 만드는 팟캐스트 ‘디스팩트 시즌2’ ‘정기고(정기 독자를 꼬시고 싶은 방송)’ 7회(▶바로 가기 : http://www.podbbang.com/ch/9039?e=21852296) 방송에는 ‘손바닥 문학상’ 수상자들 3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수평의 세계’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성해나 작가를 비롯해 가작 수상자인 ‘림천여인숙 살인사건’의 최예륜 작가, ‘정당방위’의 이유경 작가입니다.
‘수평의 세계’는 청년 세대의 기울어진 삶에 대한 음울한 보고서입니다. 기울어진 대지 위에 지어진 방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생동성 실험이라고 불리는 의약품 임상실험 아르바이트에 내몰린 스물여섯 청년 ‘을’과 일본식 고급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성해나 작가는 “더 나아질 것 없는 이 세계에서 이미 충분히 지쳐있는 연인을 위로해주고 싶었으나, 남겨두고 온 것 같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림천여인숙 살인사건’은 서울역 인근 달방에 몸을 부리고 있는 백인백색의 밑바닥 인생들을 모자이크처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최예륜 작가는 “나머지가 되어버린 죽음들에 대해, 그러나 결국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쓰고 싶었다”며 “원통한 죽음을 막는 데 글쓰기가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격려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당방위’는 수능시험을 마친 두 여고생의 대비되는 삶 위로 가정폭력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포개놓은 작품입니다. “저는 아주머니의 죽음을 보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라고 외치는 소녀의 독설이 큰 울림을 줍니다. 이유경 작가는 처음 써 본 긴 글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며 “꼭 써야 하나 고민했을 만큼 무엇 하나 확신하지 못했던 시기, 그래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겨레21> 1091호에서 안수찬 편집장은 “원래 글은 행복이 아니라 슬픔의 편”이라며 글은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해 사회적인 것에 이르러 슬픔을 위로하는 교감의 도구이자 연대의 무기”가 된다고 썼습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슬픔과 불행으로 침전되는 것 같았단 2015년의 끝자락, 당신에게 ‘손바닥 문학상’을 권합니다.
▶방송을 들으시려면 : [정기고_07] 글이 되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 http://www.podbbang.com/ch/9039?e=21852296
김완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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