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동실무단(실무단)이 17일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사건에 대해 “문제 없다”고 결론 낸 가운데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미국 정부가 사과하고 유사한 실험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미군생화학무기반입실험 저지 평택시민행동 등 60여곳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탄저균 불법 반입·실험 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시민회의)’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용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탄저균·페스트균 실험을 시행한 미국 정부의 사과와 생물무기를 활용한 실험 및 훈련의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이미현 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23일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탄저균을 완벽하게 비활성화 시킬 수 있는 현대 과학 기술을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에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통일된 규정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탄저균이 사균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반입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사건’은 지난 5월28일 미국 국방부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을 한국의 오산기지 등 세계 각지에 보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이에 진상 조사에 나선 실무단은 17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16차례에 걸쳐 사균 처리된 탄저균을 반입해 실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회의는 미군이 샘플을 반입할 때 한국 정부에 통보하도록 정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합동위원회의 합의권고안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권고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탄저균과 같은 위험물질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의 하주희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통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파 규정에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야 한다”며 “이번 탄저균 반입에 대한 어설픈 대책은 곧 미국이 한국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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