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가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혐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박현정(53·여) 전 서울시향 대표의 성추행 의혹으로 불거진 사건이 1년 만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부인 구아무개(67)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의혹으로 반전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모양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박 전 대표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구씨는 ‘박 대표가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배포하도록 정 감독의 비서 백아무개(39·여)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성추행 혐의를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뒤, 박씨를 고소한 서울시향 직원 10명과 백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해왔다. 경찰은 서울시향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직원들에게 박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 국외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체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건했으며 자진 출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향 직원 10명은 지난해 12월 호소문을 발표해 “박 대표가 성희롱 등 인권 유린과 인사 전횡 등을 일삼았다”고 폭로하고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이들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진정서를 냈으며, “배후에 정 감독이 있다”며 반발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서울시향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정 감독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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