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나눔꽃 캠페인
24살 이수연(가명)씨는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슈퍼맨이 돌아왔다>(한국방송)를 가장 좋아한다. 수연씨 또래들은 아이들이 귀엽다는 이유로 즐겨 보지만, 수연씨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부러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서언·서준이(개그맨 이휘재씨의 쌍둥이 자녀)가 마침 준수 또래거든요. 그 아이들이 누리는 것만큼 우리 준수한테는 제가 잘 못해주니까요.” 수연씨도 방송 속 연예인처럼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생활고 짊어진 24살 엄마
공익근무요원이던 남편, 퇴근뒤
아침까지 택배일하다 더러 결근
‘병역법’ 위반으로 지난해 수감돼 “아이들 포기할 순 없어요” 첫째아이가 불안장애·발달지연
열악한 환경 탓인가 죄책감 들지만
“제가 어렸을때 친척집 전전하며 커
내 애한텐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 힘겨운 삶속 소박한 꿈 “남편 나오면 아이들과 바다 가고파”
스무살때 피부관리사 자격증도 따
“아이들 조금 크면 다시 일하고 싶어요” 지난 20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23㎡(7평)짜리 수연씨의 집 부엌 겸 거실엔 서너명이 앉자 자리가 꽉 찼다. 부엌과 방 곳곳엔 아이들의 옷가지와 기저귀, 장난감 등이 널려 있었다. 방 안에서 뺨이 붉게 부풀어 오른 첫째 준수(가명·3)가 무릎이 아프도록 쉴 새 없이 방바닥을 쓸며 제자리를 돌았다. “불안장애가 있대요. 영유아 검사를 했는데 이 나이대 애들에 비해 모든 게 다 부족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선 체격만 빼놓고 준수가 또래보다 모든 게 느리다고 했다. “준수는 아직 제 이름도 스스로 말하지 못해요. 지금쯤 세 글자 이상은 얘기해야 정상이라는데… 뛰는 것은 물론 잘 오르내리지도 못해요.” 수연씨가 전날 대학병원에서 받아 온 소견서엔 ‘언어장애가 예견되는 상태’니 ‘놀이치료, 언어치료 등 다양한 발달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쓰여 있었다. 수연씨는 아이를 안정적인 환경에서 키우지 못해 아이가 느린가 싶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남편이 구치소에 가고, 둘째 준영(가명)이가 태어나면서 수연씨는 매일매일을 버티듯 살아내고 있다. 2013년 수연씨는 임신하면서 동갑내기인 남편과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 남편은 결혼한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다. 당장 분유와 기저귀 값이 부족했다. 남편은 퇴근한 뒤에도 아침까지 택배 일을 했다. 더러 공익근무를 빠뜨리는 날도 있었다. 처음엔 사정을 봐서 눈감아주던 동 주민센터 담당자가 “병무청에서 점검 왔다. 나도 더는 봐줄 수가 없다”고 했다. 수연씨의 남편은 지난해 4월 ‘병역법’ 위반으로 입감됐다. 둘째 출산 예정일을 20여일 앞두고 있던 수연씨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둘째 출산이라도 보고 들어가려고 수배를 피하던 남편은 결국 준영이가 태어나는 걸 보지 못한 채 수감됐다. “남편은 구치소에 갔고 그땐 정말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하지’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정말 집에서 해산을 해야 하나 오만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수연씨가 처음 아이를 낳겠다고 했을 땐 남편은 물론 시할머니도 말렸다. 아이가 태어난 뒤엔 ‘다른 곳에 보내자’고도 했다. 주변에서 ‘능력도 안 되면서 아이를 키운다’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수연씨는 끝까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3살 때 새엄마가 왔거든요. 저는 할머니집, 고모집, 삼촌집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았어요. 그러니까 내 애한텐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끌고 온 것 같아요. 이제 남편도 애 어디 보내자는 얘기 안 해요.” 하지만 분유 한 통 살 돈이 없을 때 수연씨는 돈 벌 방법을 궁리하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아기 용품’을 판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두고는 몇 차례나 물건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만 270여만원이 나왔다. “임신 중기까지는 옷가게에서 일도 했는데 더는 돈 나올 곳이 없었거든요. 잘못한 거죠. 지금은 정말 후회해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지만 평범한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수연씨에겐 버거운 일이다. 수연씨는 이날도 준영이 분유를 사기 위해 가까운 동네 슈퍼마켓 대신 시내까지 나갔다. 인터넷에서 공동구매한 물건을 사면 한 통에 1000~2000원은 아낄 수 있어서다. 그나마도 이달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돼 100여만원, 아이들 양육수당으로 30만원을 받게 됐다. 분유와 기저귀 값으로 60~70%가 빠져나가고, 월세 30만원과 교통비·통신비·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수연씨 가족이 몸을 누일 수 있는 지금의 집도 대한적십자사에서 지난해 11월 보증금 200만원과 두 달치 월세를 지원해줘 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연씨는 “언제까지 나라에 의지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여러번 말했다. 보채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하루가 꼬박 지나가는 수연씨는 지치기도 했지만 꿈이 많다. 남편이 출소하면 새로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12월31일에도 해돋이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남편이 들어가 있어서 못 갔잖아요. 출소하면 꼭 가보고 싶어요. 야경 좋고, 넓은 데면 괜찮겠어요. 이제 제대로 나쁜 짓 안 하고 살고 싶어요.” 애들이 어린이집에도 가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수연씨는 피부관리사 일도 하고 싶다. “스무살 때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22살까지 배우다가 접었는데, 다시 하고 싶어요. 경력 쌓아서 관리실도 열고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야기할 때 수연씨가 가장 활짝 웃었다. 인천/박수지 현소은 기자 suji@hani.co.kr
한겨레 나눔캠페인 참여하려면 수연씨 가족을 돕고 싶다면 계좌이체(기업은행 060-709-1004, 예금주 대한적십자사)를 하거나 후원전화(060-709-1004, 한 통화 5000원)를 거시면 됩니다. 모금 목표액은 2000만원입니다. 두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데 주거안정비 7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불안장애와 기관지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와 생계비(840만원)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모금 목표액이 넘으면 도움이 필요한 다른 가정에 후원금이 전달됩니다. 두 아이를 정기후원하실 분은 대한적십자사(1577-8179)에 연락해 방법을 문의하시면 됩니다. 두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현소은 기자
아침까지 택배일하다 더러 결근
‘병역법’ 위반으로 지난해 수감돼 “아이들 포기할 순 없어요” 첫째아이가 불안장애·발달지연
열악한 환경 탓인가 죄책감 들지만
“제가 어렸을때 친척집 전전하며 커
내 애한텐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 힘겨운 삶속 소박한 꿈 “남편 나오면 아이들과 바다 가고파”
스무살때 피부관리사 자격증도 따
“아이들 조금 크면 다시 일하고 싶어요” 지난 20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23㎡(7평)짜리 수연씨의 집 부엌 겸 거실엔 서너명이 앉자 자리가 꽉 찼다. 부엌과 방 곳곳엔 아이들의 옷가지와 기저귀, 장난감 등이 널려 있었다. 방 안에서 뺨이 붉게 부풀어 오른 첫째 준수(가명·3)가 무릎이 아프도록 쉴 새 없이 방바닥을 쓸며 제자리를 돌았다. “불안장애가 있대요. 영유아 검사를 했는데 이 나이대 애들에 비해 모든 게 다 부족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선 체격만 빼놓고 준수가 또래보다 모든 게 느리다고 했다. “준수는 아직 제 이름도 스스로 말하지 못해요. 지금쯤 세 글자 이상은 얘기해야 정상이라는데… 뛰는 것은 물론 잘 오르내리지도 못해요.” 수연씨가 전날 대학병원에서 받아 온 소견서엔 ‘언어장애가 예견되는 상태’니 ‘놀이치료, 언어치료 등 다양한 발달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쓰여 있었다. 수연씨는 아이를 안정적인 환경에서 키우지 못해 아이가 느린가 싶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남편이 구치소에 가고, 둘째 준영(가명)이가 태어나면서 수연씨는 매일매일을 버티듯 살아내고 있다. 2013년 수연씨는 임신하면서 동갑내기인 남편과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 남편은 결혼한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다. 당장 분유와 기저귀 값이 부족했다. 남편은 퇴근한 뒤에도 아침까지 택배 일을 했다. 더러 공익근무를 빠뜨리는 날도 있었다. 처음엔 사정을 봐서 눈감아주던 동 주민센터 담당자가 “병무청에서 점검 왔다. 나도 더는 봐줄 수가 없다”고 했다. 수연씨의 남편은 지난해 4월 ‘병역법’ 위반으로 입감됐다. 둘째 출산 예정일을 20여일 앞두고 있던 수연씨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둘째 출산이라도 보고 들어가려고 수배를 피하던 남편은 결국 준영이가 태어나는 걸 보지 못한 채 수감됐다. “남편은 구치소에 갔고 그땐 정말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하지’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정말 집에서 해산을 해야 하나 오만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수연씨가 처음 아이를 낳겠다고 했을 땐 남편은 물론 시할머니도 말렸다. 아이가 태어난 뒤엔 ‘다른 곳에 보내자’고도 했다. 주변에서 ‘능력도 안 되면서 아이를 키운다’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수연씨는 끝까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3살 때 새엄마가 왔거든요. 저는 할머니집, 고모집, 삼촌집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았어요. 그러니까 내 애한텐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끌고 온 것 같아요. 이제 남편도 애 어디 보내자는 얘기 안 해요.” 하지만 분유 한 통 살 돈이 없을 때 수연씨는 돈 벌 방법을 궁리하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아기 용품’을 판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두고는 몇 차례나 물건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만 270여만원이 나왔다. “임신 중기까지는 옷가게에서 일도 했는데 더는 돈 나올 곳이 없었거든요. 잘못한 거죠. 지금은 정말 후회해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지만 평범한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수연씨에겐 버거운 일이다. 수연씨는 이날도 준영이 분유를 사기 위해 가까운 동네 슈퍼마켓 대신 시내까지 나갔다. 인터넷에서 공동구매한 물건을 사면 한 통에 1000~2000원은 아낄 수 있어서다. 그나마도 이달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돼 100여만원, 아이들 양육수당으로 30만원을 받게 됐다. 분유와 기저귀 값으로 60~70%가 빠져나가고, 월세 30만원과 교통비·통신비·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수연씨 가족이 몸을 누일 수 있는 지금의 집도 대한적십자사에서 지난해 11월 보증금 200만원과 두 달치 월세를 지원해줘 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연씨는 “언제까지 나라에 의지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여러번 말했다. 보채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하루가 꼬박 지나가는 수연씨는 지치기도 했지만 꿈이 많다. 남편이 출소하면 새로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12월31일에도 해돋이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남편이 들어가 있어서 못 갔잖아요. 출소하면 꼭 가보고 싶어요. 야경 좋고, 넓은 데면 괜찮겠어요. 이제 제대로 나쁜 짓 안 하고 살고 싶어요.” 애들이 어린이집에도 가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수연씨는 피부관리사 일도 하고 싶다. “스무살 때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22살까지 배우다가 접었는데, 다시 하고 싶어요. 경력 쌓아서 관리실도 열고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야기할 때 수연씨가 가장 활짝 웃었다. 인천/박수지 현소은 기자 suji@hani.co.kr
한겨레 나눔캠페인 참여하려면 수연씨 가족을 돕고 싶다면 계좌이체(기업은행 060-709-1004, 예금주 대한적십자사)를 하거나 후원전화(060-709-1004, 한 통화 5000원)를 거시면 됩니다. 모금 목표액은 2000만원입니다. 두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데 주거안정비 7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불안장애와 기관지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와 생계비(840만원)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모금 목표액이 넘으면 도움이 필요한 다른 가정에 후원금이 전달됩니다. 두 아이를 정기후원하실 분은 대한적십자사(1577-8179)에 연락해 방법을 문의하시면 됩니다. 두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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