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
포커스그룹면담 연구 결과 발표
포커스그룹면담 연구 결과 발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세대별·성별에 따라 달랐다. 40~50대 베이비붐 세대 남성과 20~30대 에코세대 남성은 노후 문제나 취업·직장생활과 관련한 ‘경제적 불안’이 큰 이유였다. 40~50대 여성은 건강과 가족간 불화 때문에, 20~30대 여성은 경제적 불안뿐 아니라 결혼과 육아, 이직, 타인과의 비교 등 보다 다양한 이유로 아파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장년(48~58살) 남녀, 청년(28~38살) 남녀를 4개 집단으로 나누어 초점집단면담(Focus Group Discussion)을 실시했다. 집단별로 많이 쓰는 단어 15개씩을 정리해 각 단어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사회정신 불건강의 조건과 맥락)를 15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공동으로 연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장년층 남성은 사회, 양극화, 국회의원, 상대적, 특목고 등 ‘관계’와 ‘건강’에 대한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단어를 사용하는 맥락을 따져보면 이들은 현재 경제적 수준 유지와 노후 대비에 대한 경제적 불안을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년층 여성의 경우, 건강, 병원, 병 등 건강 관련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자신의 몸이 아프거나 가족간 불화 경험이 스트레스 이유였다. 청년층 남성과 청년층 여성은 불안정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장년층보다 일과 책임, 경쟁 등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 연구 조사는 장년 남녀 19명, 청년 남녀 16명 등 35명을 4개 집단으로 나누고 1인당 평균 2시간의 초점집단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년층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 ‘상대적 박탈감’ 등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느끼는 반면, 청년층은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오는 분노, 열패감, 냉소를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청년층은 아픈 현실을 해석하고 평가할 기준점이 없어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밝혔다.
‘무한 경쟁 사회’,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회’, ‘수저계급론’ 등 사회에 대한 불만이 스트레스의 사회적 배경이었다. 유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참여자들은) 동시에 사회가 부조리하고 비도덕적이라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공공성이 실종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토로했고 계속해서 부조리하게 운영될 사회의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거론했다”며 “‘사회가 아프니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서 몸도 아프다’는 표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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