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유기를 조작해 눈금에 표시된 양보다 기름을 적게 판 18개 주유소의 업주와 직원들을 ‘일망타진’했지만, 정작‘몸통’에 해당하는 조작 프로그램 개발자와 유통책 검거엔 난관을 겪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주유기에 조작 프로그램을 설치해 실제보다 기름을 3~5%가량 적게 판 혐의(사기 등)로 이아무개(45)씨 등 주유소 관계자 36명을 입건(구속 4명·불구속 32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도권 일대 18개 주유소에서 주유량을 속일 수 있는 ‘감량기’를 주유기에 설치해 정량보다 3~5% 적게 기름을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부당하게 챙긴 돈은 13억원(승용차 2만대 분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감량기가 작동하도록 설정했다. 단속이 의심되면 주유기 전원을 순간적으로 껐다 켜 감량기 사용을 중단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과 합동 단속한 한국석유관리원은 차량 내부에 정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설치해 실제보다 모자라게 주유하는 주유소를 적발해냈다.
주유소에서 주유량을 조작해 적발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지만 정작 범죄의 핵심인 조작 프로그램 개발자와 유통책 검거는 쉽지 않다. 최승우 지수대 경감은 “‘점 조직’인 유통책들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는 곳에서 업주들과 접촉하고 대포폰을 쓰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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