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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이학을 몇 마리나 더 접어야 아빠가 사과 받을 수 있을까요?

등록 2016-02-21 19:47수정 2016-02-22 12:30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지 100일째인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 ‘백남기 농민 대책위원회 농성장’에 시민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며 만들어 넣은 종이학이 유리상자에 가득 담겨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지 100일째인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 ‘백남기 농민 대책위원회 농성장’에 시민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며 만들어 넣은 종이학이 유리상자에 가득 담겨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물대포 중태’ 백남기씨 100일

여전히 의식없이 인공호흡기 의존
가족들 “사과도, 처벌도 기다릴뿐”
내달안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도보순례단 11일째…“시민 덕 힘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후문 앞, 수십개의 초록색 바람개비가 불어오는 찬바람에 파르르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초록색’은 ‘농민’을 상징한다. 그곳에서 500m 떨어진 병원 본관 중환자실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69)씨가 누워 있다. 21일은 백씨가 쓰러진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백씨는 사고 뒤 석 달이 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을 이어가고 있다.

“11월14일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요. 100일 동안 그저 기다리기만 한 것 같아요.” 백남기씨가 쓰러진 뒤, 그의 큰딸 백도라지(35)씨의 일과는 오로지 아버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루에 두 차례 정해진 면회시간에 아버지를 만나 살피고, ‘가족 대표’로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챙기고,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게 주된 일상이 됐다. 지난 17일엔 경찰의 시위대 진압 영상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 검증을 위해 광주지방법원을 찾았고, 20일엔 아버지의 고향 전남 보성에서 출발해 열흘째 도보순례를 하고 있는 백남기대책위원회가 개최하는 ‘국가폭력 발생 100일 기자회견 및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으로 달려갔다.

명절이나 생일 때나 돼야 보성에 부모님을 찾아가던 평범한 직장인 백씨에겐 이 모든 일이 낯설어도 꼭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16살에 기숙사로 나와 산 뒤부턴 부모님과 같이 산 적이 없어요. 아빠가 이렇게 버티시는 게 가족들과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가 아닐지…. 어떤 면에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백씨가 말했다.

백씨에게 지난 100일은 끊임없는 침묵의 벽에 부닥친 시간이기도 했다. 결혼해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동생 백민주화(33)씨까지 전세계에 아버지의 상황을 알리는 1인시위를 하며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검찰 수사도, 경찰의 사과도, 아빠 건강도,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좌절감 속에서도, 백씨 가족들은 지금도 “꼭 책임자들이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메신저로 나누곤 한다.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강신명 경찰청장 등 관련 책임자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한 데 이어, 이달 말이나 3월 초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보성에서 시작한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도보순례에는 매일 50~60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석환 백남기대책위 사무국장은 “행진 도중에 길 건너편에서 일부러 와서 음료수를 전달해주고 전단지를 받아 가는 시민들도 있다”며 “먹을거리를 너무 많이 받아 지원차량에 싣기도 어려울 정도로 응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후문 앞 농성장에 나온 가톨릭농민회의 김현승 조직교육부장은 “봄이 오면 농민들 마음이 바빠지지만 그동안 대책위가 요구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농성장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백남기대책위는 지금껏 온라인과 현장에서 받은 책임자 처벌 촉구 서명 인원이 5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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