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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 돈의동 쪽방촌 ‘이웃사촌 장례식’

등록 2016-02-23 20:05수정 2016-02-23 21:03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 건물 지하에서 사랑의 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한겨레두레)이 마련한 ‘마을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 건물 지하에서 사랑의 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한겨레두레)이 마련한 ‘마을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매달 한번 ‘무연고 주민’ 합동장례
사랑의쉼터·한겨레두레 함께 마련
“쓸쓸한 죽음 맞지 않을것같아 다행”
제단 위엔 영정사진 없이 위패 3개만 나란히 놓였다. 맨 처음 절을 올린 조문객은 고인들을 “잘 모른다”고 했다.

23일 오전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 건물 지하 6평(19.83㎡) 남짓한 공간에서 ‘마을 장례식’이 열렸다. 돈의동 사랑의 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한겨레두레)이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번째 연 장례식이다. 이날 위패에 이름을 올린 고아무개(50대 추정)씨, 김아무개(56)씨, 정아무개(28)씨는 모두 돈의동 쪽방촌 주민이었다.

고씨가 이곳 쪽방촌에서 산 건 ‘단 3일’이다. 병원 환자복을 입고 쪽방촌에 들어온 고씨는 이웃들과 통성명도 하기 전에 목숨을 잃었다. 쪽방촌 장례를 지원하는 사랑의 쉼터와 한겨레두레 쪽은 고씨도 장례를 치러야 하나 고민했다. 우은주 한겨레두레 사무국장은 “오래 살면 주민으로 인정하고, 3일 살았다고 주민이 아니라고 하는 건 결국 또 이들을 구분짓는 것이라 생각해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인 정씨는 쪽방에 온 지 두달 만에 세상을 떴다. 정씨도 들어올 때부터 아파서 주민들과 왕래가 없었다. 마을 장례가 없었다면 이들은 행정기관이 곧장 화장해 ‘사체 처리’를 했을 터다. 김경환 한겨레두레 상임이사는 “현재 종로구와 서대문구 차원에서 마을 장례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개별 단체나 지자체를 넘어 국가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연고나 가족이 없는 쪽방촌 주민에게 ‘죽어서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건 작은 위안이 된다. 이화순 사랑의 쉼터 소장과 함께 이날 장례식의 공동 상주를 맡은 주민 박동기(61)씨는 “원래 쪽방촌에서 가족 없이 죽은 사람들은 구청에서 곧장 내보낸다. 영정사진을 (봉사로) 찍어주는 작가도 있어서 주민들 10명 넘게 찍기도 했다. 나도 도와야 이렇게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첫 조문을 한 주민 박병무(72)씨는 “(고인들을) 잘 알진 못한다. 동네사람이니까 왔다. 우리 동네는 원래 그렇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매달 마지막주 ‘마을 장례식’을 치를 계획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무연고 사망자는 1008명으로,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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