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생활 갈등주의보
서울 서대문구 오피스텔 원룸에 사는 대학생 강아무개(22)씨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스트레스가 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함께 살고 있는 룸메이트와 ‘청결’에 대한 민감 지수가 서로 달라서다. 강씨는 “방이 더러워지면 먼저 보는 사람이 치우자고 정했지만 서로 느끼는 깨끗함의 정도가 달랐다. 결국 답답한 내가 치우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번 학기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기숙사나 원룸에서 함께 지내는 룸메이트와의 갈등으로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좋지 않았던 공동생활 경험은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2012년 알던 동생과 룸메이트로 지낸 이아무개(28)씨는 “자고 있는데 갑자기 안대 벗기면서 깨우더니 입을 옷을 골라 달라고 하질 않나, 자기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한 시간 넘게 해서 불편하다고 좋게 말했는데 그 뒤로 삐치고 얘길 안 했다”며 “살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드물긴 하지만 이런 사소한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일도 있다. 지난해 6월 대학생 정아무개(21)씨는 룸메이트와 생활습관 차이로 불화를 겪다 홧김에 속옷 차림으로 자고 있는 룸메이트 사진을 찍었다가 이를 알게 된 룸메이트한테 고소(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당했다. 정씨는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촬영한 스마트폰을 몰수당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회사 기숙사나 ‘하우스메이트’ 등이 확대되면서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사이에서도 ‘동거 갈등’이 종종 벌어진다. 직장인 김아무개(27)씨는 룸메이트와 전기료·수도요금 등을 절반씩 나눠 내고 있다. 사는 집이 낡아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데, 주말에도 기숙사에 머물면서 온종일 보일러를 펑펑 때는 룸메이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씨는 “난방비를 룸메이트가 더 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얘기를 해도 바로 고쳐지지 않으니 불신만 쌓이고 악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기숙사의 박용수 사감은 “기숙사나 원룸, 셰어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공동생활의 경우, 같이 사는 이들끼리 구체적인 ‘수칙’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기숙사 공통 규정 말고도 룸메이트끼리 청소하는 요일이나 컴퓨터 사용 시간 등을 정해두면 사소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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