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서울 용산역 부근의 성매매 업소. 탁기형 기자
‘성매매 여성’으론 처음 낸 헌소에
헌재 “성도덕, 성 자기결정권에 우선”
조용호 재판관, ‘전부 위헌’ 의견
“성매매자 사생활 비밀·자유 침해”
여가부 “환영” 성매매연대 “실망”
헌재 “성도덕, 성 자기결정권에 우선”
조용호 재판관, ‘전부 위헌’ 의견
“성매매자 사생활 비밀·자유 침해”
여가부 “환영” 성매매연대 “실망”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성매매 여성과 남성을 함께 처벌하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21조 1항을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해 성을 판 사람과 산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매매 근절로 확립하려는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견줘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회의 문화적 구조와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서기석 재판관이 다수 의견을 냈다.
반면,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만을 처벌해 가진 자들의 값비싼 성매매, 축첩행위나 외국인 상대의 현지처 계약 또는 스폰서 계약 등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불특정의 소시민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만을 처벌하고 사회적 망신을 주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성판매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성매매 자체의 근절에 효과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성판매 여성에 대한 사회구조적 억압과 차별, 착취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서울북부지법이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45)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해 이뤄졌다. 2004년 9월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뒤 헌재는 총 5차례의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사건을 전원부에서 다뤘고 이 중 성매매 여성이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직접 나선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자발적 성매매 여성도 처벌해야 하느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었다.
이번 결정을 두고 각계 반응은 엇갈렸다. 여성가족부는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성명을 내고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대상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성매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대표는 이날 결정 뒤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엔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이번 결정을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성 매수자 및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는 등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환봉 황보연 기자 bonge@hani.co.kr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열린 3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지자 한 성노동자가 눈물을 흘리며 헌재를 떠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헌재 성매매처벌법 결정 다수·소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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