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기도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사건 피의자 조아무개(30)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뒤, 지난 6일 누리꾼들 사이에 조씨의 페이스북 계정이 알려지면서 ‘2차 피해’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 중 일부가 조씨의 페이스북 계정을 털어 그의 과거 발언과 행적은 물론 옛 여자친구와 지인들의 신상까지 퍼나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누리꾼 중 일부는 조씨의 지인들을 향해 악성 댓글 등을 남기기도 했다. 2차 피해가 확산되자, 지난 9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조씨 지인 등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거나 모욕적인 글을 올리면 명예훼손, 모욕죄 혐의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조씨의 페이스북 계정은 ‘이용 제한’ 상태로 바뀌어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페이스북 계정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삭제할 수 없다. 조씨는 스마트폰 등 소지품을 압수 당한 채 유치장에 있었는데, 어떻게 그의 페이스북 계정이 폐쇄된 걸까.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13일 조씨에게 지인들에게 2차 피해 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조씨의 동의를 얻어 페이스북 계정 삭제 조처를 했다고 13일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2차 피해 가능성은 조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경찰이 체포 한 시간 만에 발빠르게 공개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부작용’이다. 강봉채 안산단원경찰서 형사과장은 이에 대해 “수사하느라 바쁜데 거기(2차 피해)까지 어떻게 예상을 하느냐”며 “경찰이 페이스북을 공개한 게 아니라 기자들과 누리꾼들이 신중을 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런 경찰의 대응을 두고 ‘흉악범 얼굴을 왜 가려주느냐’는 국민 법 감정에 편승해 발빠르게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다가, 2차 피해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뒷북 대응을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조씨를 검거한 이후 1시간 여 뒤에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그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했다. 경찰 스스로 조씨의 가족관계나 주검 훼손 동기 등에 대해 ‘수사 초기라서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던 시점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신상공개는 발빠르게 결정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보유가 상식이 된 시대에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고려하지 못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2차 피해자들의 인권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시급하게 매뉴얼 등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단원경찰서는 이날 조씨의 범행을 계획살인으로 보고 살인·사체훼손·사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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