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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석구석 고치고 만들고 뭐든 ‘뚝딱’

등록 2016-05-17 20:19수정 2016-05-18 09:23

김동석씨
김동석씨
정읍북부노인복지관 김동석씨
정읍북부노인복지관에는 ‘만능의 손’이 있다. 2009년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중앙로에 이 노인복지관이 문을 열 때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뒤 지금까지 복지관의 온갖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는 김동석(74)씨가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이곳을 찾았다. 김동석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복지관의 구석을 돌며 보수할 것, 필요한 것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김복례 복지관 관장은 “어르신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작품을 볼 때마다 어르신의 큰 존재감을 느낀다. 큰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 어르신이 안 계시면 큰일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신태인의 장인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사연은 길었다. “내가 월남전도 참전했고 중동에도 갔다 왔지. 7년 전에 마나님이 세상을 뜨고 몸이 안 좋아서 방황했어. 콜라텍도 가보고 그랬어. 커플댄스가 주목적이었지.” 그런 그가 복지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게 인연이 됐다. “복지관에서 내 이력서를 보더니 솜씨를 발휘해 달라고 해서 복지관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지. 한 달에 30시간 근무하는데 내 집처럼 복지관을 다니고 있어.”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손재주가 워낙 있는 모양이지. 내가 중학교 중퇴로 학벌도 없지만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지 잘하지. 군대 제대하고 한옥 짓는 일을 했는데 미장, 타일, 목수 등 다 직접 하지. 서예를 배운 적이 없으나 연습 좀 하고 나서 복지관의 이런저런 안내판을 내가 직접 해. 인테리어 소품을 모두 내가 재료 구하고 자르고 닦고 글 쓰고 칠하고 해서 만들어. 당구장 큐박스, 탕비실 문, 회의실 탁자, 저기 있는 액자, 원목 책꽂이…. 모두 내가 만들었어. 오늘내일 해서 본격 더위를 대비한 차광막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 이 재료들은 거의 다 버려진 목재를 재활용한 거야.”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용서하는 마음’이라는 문장이 현판에 새겨져 있는데 글 내용, 작품 제작까지 김씨가 직접 했다.

정읍북부노인복지관은 처음부터 농촌형 생태복지관으로 꾸며졌다. 프로그램 중심보다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직접 참여·기획하는 내용을 많이 포함시켰다. 햇빛을 이용한 온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직접 키운 국화로 해마다 가을이면 복지관에서 국화꽃 한마당 잔치를 연다. 농촌어머니회팀은 500평의 밭에 감자와 배추를 키우면서 자급자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태양열 발전시설도 있다.

김씨와 함께 복지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는 나를 직원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2층 ‘큐볼실’에서 당구를 치던 어르신이 “여기 선풍기 코드가 짧으니 해결해주쇼”라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김씨는 “내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거 돈 보고 하는 것은 아니지. 부모 같은 분도 있고 하니 내가 옛날에 효도 못했던 것이 후회도 되고, 집안에서 아들 때문에 속도 좀 썩었는데 잘될 것으로 믿으면서 복지관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해. 내가 안 하면 누가 할까 싶기도 하고. 뭔가 잘 안되면 그냥 볼 수 없어서 나서는 거지”라고 말한 뒤, 한 바퀴 더 둘러보겠다며 털고 일어섰다.

정읍/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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