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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소수자 위해 기독교 성찬식 연 목회자들

등록 2016-06-12 14:55

로뎀나무그늘교회, 섬돌향린교회 등 7개 교회와 교인모임이 퀴어축제에 부스를 마련하고 성찬식을 하고 있다. 고한솔 기자
로뎀나무그늘교회, 섬돌향린교회 등 7개 교회와 교인모임이 퀴어축제에 부스를 마련하고 성찬식을 하고 있다. 고한솔 기자
예수 마지막 식사 재현하는 성찬식 열며 퀴어축제 함께 해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세상 만드는 게 종교의 몫이다”
“오늘 성령께서 베푸시는 축제를 맛본 모든 이들이 세상이 덧씌운 모든 가식과 편견을 벗고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옵소서. 견고한 혐오와 배제의 벽을 넘어 저 적들과도 더불어 평화하게 하시고 그간 외롭고 서러웠던 이들의 눈물을 우리 주님의 다정한 손길로 닦아 주소서.”

11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찬 후 감사의 기도’를 읊는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성소수자 혐오와 배제 확산을 우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 감리교 퀴어함께’가 광장 한켠에 마련된 ‘무지개 예수’ 부스에서 성찬을 맡았다. 성찬식은 기독교에서 예수의 마지막 식사를 재현하는 의식으로, 예수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의미를 지닌다.

성찬을 집례한 감리교 목사 두 명은 성적 다양성을 뜻하는 무지개색 스톨(영대)을 목에 둘렀고, 탁자 위엔 무지개색 양초와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입례송을 부르고 성서를 낭독하는 소리가 부스 밖으로 퍼지자 지나가던 축제 참여자들도 하나 둘 모여 30여명의 사람들이 부스를 둘러쌌다. 이날 집례 목사 가운데 한명인 라떼 목사는 “감리교 목사는 동성애 지지하거나 동조하지 못한다. 처벌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왔다”고 말했다.

축제에 왔다가 우연히 들렀다는 성소수자 기독교인 라온(21)씨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기독교 신자이자, 양성애자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동성결혼 반대 서명운동에 무조건 참여하라고 강요하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언젠간 커밍아웃을 할텐데 모든 성소수자들이 당당했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약자를 품으라는 예수 뜻에 따라 혐오를 멈추고 모두가 하나님 안의 사람이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에선 로뎀나무그늘교회, 섬돌향린교회 등 7개 교회와 교인모임이 참여해 모두 4차례 성찬식 열렸다. 집례자가 소속된 교회 교단 전통에 따라 성찬을 진행했다.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우리가 축제를 즐기는 사이 ‘동성애가 창조질서 위배한다, 비정상이다’라는 소리가 축제 건너편에서 들려오는데,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축하하는 자리에 소금을 치고 초를 치는 것”이라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종교의 몫”이라고 말했다.

‘퀴어 아이 엠(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을 주제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의 주최 쪽은 이날 역대 최고 수준인 5만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오후 3시께 연단에 선 소강석 목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대로,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며 “동성애자들이 탈동성애할 수 있도록 불쌍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 중간 중간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 아웃(OUT)’등이 쓰인 손팻말을 흔들며 “아멘”을 외쳤다. 반대 집회엔 1만2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저녁 7시까지 진행됐다.

고한솔 박수지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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