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부모모임이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2016 퀴어문화축제’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취지로 프리허그 행사를 열고 한 성소수자를 포옹하고 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제공
서울광장 퀴어축제서 ‘프리허그’
“지지하는 부모 있으니 힘내요”
‘혐오 반대’ 기독교인 성찬회 눈길
역대 최고 5만명 참가…반대 집회도
“지지하는 부모 있으니 힘내요”
‘혐오 반대’ 기독교인 성찬회 눈길
역대 최고 5만명 참가…반대 집회도
“엄마는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해”
뽀미(50·활동명)씨는 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6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부모모임(부모모임)’이 마련한 부스를 찾아온 한 학생을 한참 동안 끌어안았다. 그는 부스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연신 두 손의 엄지를 치켜세우며 “사랑합니다. 잘왔어요.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부모모임은 이날 퀴어축제에서 자식 또래의 성소수자들에게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했다. 이 모임의 운영위원인 뽀미씨는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포옹을 하러 온 친구들 중 몇 명은 자신의 엄마처럼 느꼈는지 울기도 했고, 부모님한테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인정받고 지지를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스 인근에 설치된 메모판에는 “언젠가는 말씀드릴게요. 거짓말 안하고”, “성소수자 부모모임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붙었다. 뽀미씨는 “성소수자 자녀가 있어도 부모님들이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 모임이 있으니 관심을 갖고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당사자들에게 자신을 지지하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퀴어축제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확산을 우려하는 기독교인들의 성찬회가 열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성소수자 혐오와 배제 확산을 우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 감리교 퀴어함께’는 다른 기독교인들과 함께 서울광장 한켠에 ‘무지개 예수’ 부스를 마련했다. “오늘 성령께서 베푸시는 축제를 맛본 모든 이들이 세상이 덧씌운 모든 가식과 편견을 벗고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옵소서”라는 기도가 광장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성찬식은 기독교에서 예수의 마지막 식사를 재현하는 의식으로, 예수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의미를 지닌다.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종교의 몫”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연설 중간 중간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 아웃(OUT)’등이 쓰인 손팻말을 흔들며 “아멘”을 외쳤다. ‘퀴어문화축제’ 주최 쪽은 이날 역대 최고 수준인 5만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일부 기독교·보수단체의 맞불집회로 충돌이 예상됐지만 행사는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박수진 박수지 고한솔 기자 jjin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