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피엑스(PX)라 불리던 군 마트에서는 지난 1월부터 100종의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5종이 지난 5월 말 군 마트에서 갑자기 퇴출됐습니다. (관련기사: ‘대통령의 시간’ 언급 거슬렸나…군 마트서 책 5종 퇴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와 <칼날 위의 역사> <숨어 있는 한국현대사 1> 등 역사 관련 도서 3종과 김진명 작가의 소설 <글자 전쟁>, 부와 소득의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로 지난해 전세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토대로 만든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이 퇴출된 책들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은 “군에서 한번 심의에 통과된 책이 다시 (심의) 취소되는 경우는 없다”며 대통령과 군에 관련된 부정적 서술이 군 고위 관계자의 ‘심기’를 거스른 탓에 해당 책들이 퇴출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방부 쪽에선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도서 판매)사업이 급히 진행되다 보니 심의에 누락된 부분이 있었고, 나중에 훈령 기준에 위배되는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해당 책들을 판매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는 게 군의 해명입니다.
국방부는 “장병을 위한 정훈·문화자료는 장병의 정훈교육, 정서함양, 교양증진에 적합한 자료로 선정해야 한다”며 ‘정훈문화활동 훈령’이 규정하고 있는 10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자료로 선정된 책 등 자료들을 제작·획득·배포하지 못 하도록 금하고 있습니다.
아래 국방부의 ‘정훈문화활동훈령’을 첨부하겠습니다.
퇴출된 책을 읽어보신 독자분들은 해당 책들이 다음 10가지 항목 중 어떤 것에 해당되는 것 같은지 댓글로 판단해주세요. 국방부의 해당 책 퇴출에 대한 의견도 들려주세요.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국방부의 ‘정훈문화활동 훈령’
1. 북한체제를 찬양·미화하거나 이적단체를 옹호하는 자료
2.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정부정책 및 국방정책을 비난하는 자료
3.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자료
4. 국제평화 및 국제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자료
5. 장병의 국가관, 안보관, 군인정신에 위배되는 자료
6. 군을 왜곡하거나 군의 사기를 저해하는 자료
7. 음란한 내용으로 사회윤리나 공중도덕을 해치는 자료
8. 반인륜적, 반사회적 행위를 묘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자료
9. 정부,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료
10. 그 밖에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