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보좌관, 망언 배경으로 ‘공무원 고시’ 지목
“20대 한 번의 시험통과, 나와 너는 다른인간 사고 형성”
김성회 보좌관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갈무리
“‘시험에 붙었으니 나는 너랑 다른 인간이다.’ 이것이 지금 고시제도가 공무원들의 머리에 박아놓은 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보좌관이 이번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망언’의 원인으로 ‘공무원 고시제도’를 지목해 화제다.
김 보좌관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행정고시로 선발된 5급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나향욱 전 기획관이 발언한) 신분제라는 것은 다름아닌 이것”이라며 자신이 직접 겪은 사례를 하나씩 소개했다.
김 보좌관은 “대학 입학 후 고시 공부에 매진해 20대 후반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무원은, 9급으로 들어와 30년 일한 공무원을 부하로 두고 잘도 부려먹는다”고 썼다. 그는 국회 의원실로 자신을 찾아왔던 한 사무관의 일화를 전하며 “쉰셋쯤 된 6급 공무원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서른 여덟 사무관 뒤에서 두꺼운 가방에 뭔가를 잔뜩 짊어지고 왔다. 사무관은 실무를 몰랐고 6급 공무원이 나에게 굉장히 공손한 어투로 열심히 설명했다”, “사무관은 ‘우리 주무관이 이거 열심히 해서 이번에 승진도 했어요’라고 나에게 설명하더니 6급 공무원을 보면서 ‘그렇지, 이 주무관?’이라며 반쯤 반말을 했다”고 적었다.
또 9급으로 들어와 1급까지 올라 화제가 됐던 참여정부 김완기 수석의 예를 들며 “9급으로 들어오면 6급으로, 7급으로 들어오면 4급으로 은퇴하는 것이 ‘정상적’인 인사다. 9급으로 들어와 일 잘한다고 1급으로 가는 건 비정상이라 신문에 났다”고 반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신분제라는 것은 다름아닌 이것”이라며 “‘5급으로 들어온 자는 고위 공무원을 꿈꾸되, 9급으로 들어온 자는 6급 이상을 넘보지 마라. 네 나이가 얼마든, 어디서 어떤 훌륭한 업적을 쌓아왔든’”이라는 일부의 사고방식을 꼬집었다.
나 전 기획관의 ‘망언’ 또한 그러한 배경 속에서 “20대 단 한 번의 시험 통과가 평생을 보장해주길 바랐던 개돼지의 사고방식”이 나타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런 김 보좌관의 글은 현재의 행정고시 5급 공채 제도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한편 김 보좌관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문제를 두고 담당자에게 “대부분 연세가 50이 넘으셨던데 이렇게 낮게 임금을 책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하자 “그렇다고 (9급 공무원) 시험보고 들어온 우리 직원들보다 더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대답을 들었던 일화 등을 거론하며 ‘시험 만능주의’를 비판했다.
물론 국회를 찾아온 사무관의 일화 같은 경우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면 업신여기는 권위적인 문화가 보다 더 근본적 문제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보좌관의 글에서 “새파란 5급”, “네 나이가 얼마든” 등의 언급이 종종 등장하는 것을 두고 ‘나이’를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나 전 기획관의 ‘개돼지’ 발언을 통해 일부 고위공무원들이 내면화한 ‘엘리트주의’가 드러나면서, ‘고시제도’ 자체가 공무원 사회의 계급제적 성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김 보좌관의 주장은 너른 공감을 얻고 있다. 이 게시물은 하루만에 페이스북에서 200여회 공유되었고 1000명 가까운 수가 ‘좋아요’ 등을 표시했다. 누리꾼들은 “고시제도가 신라시대 골품제와 뭐가 다른가”, “정부 산하기관이나 출연연구원을 대하는 중앙정부 공무원의 행태(도 심하다)”, “5급 공채는 3~5년 실무를 익힌 자에 한해 자격을 주는 것이 옳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1_기자 앞에서 본심 터놓는 1% 심리 집중 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