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동성애자’ 채팅방 만들자
폐쇄하고 개설자 1주일 이용금지
성소수자 단체 “법적 근거 없는 차별”
폐쇄하고 개설자 1주일 이용금지
성소수자 단체 “법적 근거 없는 차별”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의 온라인 메신저 네이트온 음성채팅 서비스 토크온에서 ‘성소수자’ ‘동성애자’ 낱말이 들어간 채팅방을 만들자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사전에 방을 폐쇄하고 개설자에 대해 일주일 이용금지 처분을 내렸다.
24일 새벽 3시50분께 대학생 박아무개(20)씨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스물한살 동성애자와 함께하는 채팅방’이라는 제목으로 방을 만들었다. 그러나 5분여 만에 운영자로부터 ‘미풍양속을 해치는 행위(음란/욕설 등)’라는 근거로 신고가 들어왔다며 하루 동안 이용을 금지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박씨는 “채팅방에 들어온 사람 가운데 스팸 링크를 건 사람이 있었던 것 말고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7시께 박씨는 채팅방 제목이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겠단 판단에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건전한' 채팅방'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방을 만들었다. 박씨는 “1분도 안돼 방이 다시 없어졌고 똑같은 이유를 들어 1주일 이용 금지 통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제재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은 박씨는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쪽에 문의했으나 회사 관계자로부터 “청소년들이 모두 보는 채팅방이기 때문에 그런(성소수자 단어가 포함된) 제목으로 방을 개설할 수 없다”며 “이용 제재 조처도 풀어줄 수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성소수자나 동성애자가 금칙어는 아니다”라며, “음성채팅의 특성상 사후 보호조처를 할 수 없고 개설자 의도와 상관없이 대화가 오고갈 수 있어 ‘성’에 대한 제목은 참여자의 오용, 악용의 가능성을 포함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씨는 “최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고 방 제목을 달았는데도 삭제된 것은 성소수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생각된다”며 “문제적 발언이 없었는데도 ‘사전 삭제’할 수 있다면 다른 채팅방도 마찬가지로 삭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은 “2004년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 대상에서 ‘동성애’가 삭제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포털 등의 차별적인 관행이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대학생 박아무개씨가 받은 채팅방 개설 및 이용 제한 메시지 갈무리. 박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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