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일본 홋카이도의 사찰 코켄지에서 김서경, 김운성 작가 등이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디딤돌을 설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손잡고 일본 전역에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기억·추모하기 위한 상징물 설치에 나섰다.
사단법인 평화디딤돌은 일본의 민간단체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와 함께 지난 21∼22일 일본 홋카이도의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 3곳에 추모 상징물인 '평화디딤돌'을 설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가로 45㎝·세로 35㎝ 크기의 동판으로 만들어진 평화디딤돌엔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 출신지, 사망연월일 등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적혀 있다.
두 단체는 1935~1945년 슈마리나이 지역의 댐과 철도 건설에 강제동원된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지난 21일 인근의 코켄지 사찰에 평화디딤돌을 설치하고 추모 의식을 치렀다. 이곳의 평화디딤돌엔 조선인 희생자뿐 아니라 일본인의 희생 사실도 기록했다. 국가와 민족을 넘어 강제동원 희생 자체를 기억하자는 취지다. 1997년부터 두 단체는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 등을 함께 진행해왔다. 지난 22일에는 홋카이도 중부 비바이시 토메이의 사찰 조코지와 삿포로의 사찰 혼간지 별원에 평화디딤돌을 설치했다. 홋카이도 북부 아사지노에 위치한 일본육군비행장 터에도 설치하려고 했으나 일본 열도를 강타한 태풍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길이 끊기는 바람에 취소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는 평화디딤돌을 제작에도 참여했다. 평화디딤돌은 앞으로도 한국의 희생자 고향 땅과 일본 강제노동 현장 곳곳에 평화디딤돌을 놓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병호 평화디딤돌 대표(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강제노동 희생자에 대해 민족 단위로 거대하게 얘기하거나 숫자로만 거론돼 오늘날 일상적으로 체감하기가 어렵다”며 “평화디딤돌을 통해 그 자리에서 어두운 역사와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반성과 사죄와 화해 등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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