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숙영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이 8월25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콜레라 환자 발생 관련 브리핑을 하기 전 실무진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5년 만에 국내에서 돌고 있는 콜레라의 명확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가 섭취한 ‘전갱이’를 ‘정어리’로 잘못 발표해 빈축을 샀다. 질병관리본부는 2일 환자와 병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발단은 3일 전인 8월31일 오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세 번째 콜레라 환자 발병 관련 브리핑이었다. 8월22일 최초 콜레라 환자, 25일 두 번째 환자 모두 경남 거제지역에서 해산물을 먹었고,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환자 또한 거제 지역민인 것으로 드러나 바닷물 오염이 유력한 감염경로로 떠오른 상황. 콜레라는 해산물을 날것이나 조리가 덜 된 채 먹었을 때 전파되기도 하고, 환자의 분변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세 번째 환자가 지난 20일 거제의 한 시장에서 정어리와 오징어를 사서 집에서 조리해 먹은 후 다음날부터 설사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발표를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익혀 먹은 경우 콜레라에 감염될 확률은 낮다. 또 한반도 근해에서 정어리는 10월 이후, 수온이 10도가량으로 차가울 때 잡히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1일 MBC는 “질병관리본부가 전갱이를 정어리로 잘못 파악하는 등 초기대처에 미흡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역학조사관이 전화로 구두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경상도 말씨로 “전갱이를 먹었다”고 한 말을 “정어리”로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MBC는 또 세 번째 환자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와 달리 횟집에 들른 기록도 추가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 산 전갱이와 오징어 외에 횟집에서 사 먹은 음식 등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전갱이(위)와 흑점줄전갱이(아래). 사진 출처: 한반도 생물자원·해양수산자원연구소 제공
논란이 일자 질병관리본부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30일 오후 환자 보호자 및 본인 진술에서 ‘정어리’를 먹었다고 현장에 나가 있는 역학조사관이 확인했다”, “해당 환자가 횟집에 들렀다는 얘기를 조사관에게 하지 않았다”고 환자 탓을 했다. 역학조사관이 ‘잘 못 들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해당 환자가 다녀간 병원(거제시 소재 정병원)의 의무기록에도 ‘정어리’를 먹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병원 쪽에도 책임을 떠넘겼다.
문제는 질병관리본부가 정확한 사태를 파악한 것이 세 번째 환자 발병 관련 브리핑을 한 8월31일 저녁이었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정확하지 않은 브리핑을 한 뒤 저녁에야 환자의 카드 사용기록 등을 입수해 지난달 18일에 횟집에 들른 기록이 있는 것을 봤다. 또 세 번째 환자가 시장에서 산 생선 역시 정어리가 아닌 전갱이라는 사실을 판매자를 통해 확인했다. 이에 1일 기자들에게 전화로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밝혔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신속한 질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 정보를 보다 빨리 공개하고 있다”며 메르스 이후 “초기에 미흡한 정보라도 즉각 공개하는 원칙”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초기 역학조사에서 환자의 불분명한 진술에만 의존한 채 판매자 확인 작업조차 거치지 않고 섣불리 어종 등을 발표함으로써 오히려 대처에 혼선을 빚은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의 ‘원흉’이 된 전갱이는 정어리와 서식지나 어획 시기가 다른 물고기다. 전갱이는 전갱이과에 속하며, 한국의 전 연해에 서식하며 산란기는 4~7월이다. 주로 봄~여름 난류를 따라 북상하면서 많이 잡히고 겨울에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대표적 난류성 회유어종이다. 반면 정어리는 청어과에 속하며,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에 분포하고 산란기는 12~6월이다. 따라서 역학조사 방법도 달라진다. 현재 어획철인 전갱이와 달리, 정어리의 경우 수입산을 비롯해 냉동 유통도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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