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이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부검 영장을 재차 청구한 가운데, 백남기 농민이 중태에 빠진 직접적 원인이 경찰의 직사살수에 있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6일 밤 11시30분께 백씨 시신 부검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다. 검찰은 곧바로 영장을 재청구하며 “보완 조사과정에서 법의관들의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이 “부검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 중 시신 부검 부분을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검?경이 만 하루 만에 다시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법원은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지게 한 직접적 원인이 경찰의 직사살수에 있다고 이미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심담)는 지난 7월 민중총궐기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겨 진압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은 시위참가자인 백남기의 머리 부분에 직사살수하여 그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뇌진탕을 입게 했고,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 직사살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이 부분 시위진압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 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며 경찰의 책임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재차 부검 영장을 신청해 백 농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찰의 태도가 정당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당시 재판부는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인에 대해 명확하게 선언하지 않았지만, 백 농민이 뇌진탕에 이르게 한 원인이 경찰의 진압 과정에 있다는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 농민의 유족법률 대리인을 맡은 이정일 변호사도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검은 사인이 불명확할 때 사인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당시 법원은 백 노인이 쓰러지게 된 원인이 경찰의 살수행위에 있다고 법률적·실체적으로 유효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