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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특조위 마지막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등록 2016-09-30 18:45수정 2016-09-30 19:26

정부와 여당 방해·음해로 점철된 1년9개월
성과와 한계 동시에 남겨
“어디서든 계속…진상규명 끝나야 활동 종료”
정부가 주장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이 끝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엘리베이터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주장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이 끝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엘리베이터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월호 참사 900일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주장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났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30일 오전 잠시 회의를 하고, 오후엔 국회와 서울시, 안산시에 조사 관련 자료 사본 6천여건을 외장 하드에 담아 이관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위로와 격려의 말들을 주고 받고, 개인 짐을 정리했다. 오후에 이 위원장을 비롯한 직원 20여명이 대회의실에 모여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기념 촬영을 했다.

참사 뒤 출범까지… 법 따로 시행령 따로

참사 이후 650만여명이 서명한 특별법 제정 청원이 2014년 7월 15일 국회에 전달됐다. 여·야의 협상 끝에 2014년 11월 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특조위 설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특조위가 특별검사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권한이 축소됐다.

지난해 1월 1일 특별법 시행 직후인 1월 16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활동도 시작하지 않은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했다. 닷새 만에 새누리당 추천 위원이었던 조대환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 해체”를 주장하며 해양수산부 파견 공무원들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3월 27일 해수부가 특별법 시행령을 예고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됐다. 조직 구성과 조사 범위를 축소하고 조사 핵심 직책에 정부 파견 공무원을 임명하려는 정부에 특조위·시민사회가 맞서면서 5월 11일에야 시행령이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사업예산은 특조위가 요청한 규모의 52%만 편성됐다. 특히 진상조사 관련 예산은 9%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특조위의 핵심적인 자리인 진상조사국장은 진상조사를 담당하는 최고위 실무책임자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끝내 진상조사국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의 요청보다 권한과 물적 기반이 훨씬 축소된 상태에서 지난해 8월 4일 특조위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출범부터 오늘까지… 방해와 음해 그리고 내부 흔들기

특조위 출범 이후에도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보수단체들은 “돈 잔치” “방만 운영” 등 온갖 음해성 주장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 시행령에는 정부 파견 공무원 정원이 48명으로 돼 있으나 정부는 연인원 29명만을 파견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은 특조위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7월 23일 사퇴했다. 그해 11월 특조위가 참사 당시 청와대 업무 상황을 조사하기로 하자 새누리당 추천 위원 2명도 사퇴했다. 새누리당은 “특조위 해체”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쪽의 이런 행위는 그 직전 한 언론에 공개된 해수부의 매뉴얼 문건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에 나오는 내용과 놀랍도록 일치했다. 다른 새누리당 추천 위원 2명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등 출범 이후 특조위 내부 흔들기가 계속돼왔다.

시행령 제정이 늦어지면서 특조위 활동 기간 문제가 일찌감치 불거졌다. 여·야는 지난해 5월 말 세월호특별법의 시행일과 특조위 위원들의 임기, 위원회 활동 기간의 불일치 부분을 정비해 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파동을 겪으며 무산됐다. 또 9월 초에도 11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16년 특조위 예산도 6월분까지만 처리됐다.

정부는 조사 활동 종료 시기를 2016년 6월 30일로 못 박고 그 뒤 3개월 동안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 기간으로 잡았다. 지난 7월 이후 특조위 직원들은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일했다(파견 공무원 제외). 또 파견 공무원들 일부가 복귀하고, 별정직 가운데서도 생계 문제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생기면서 직원 수도 줄었다. 지난 7월 27일부터는 이석태 위원장을 시작으로 상임위원들과 직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릴레이 단식농성을 이어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 26일 해수부는 특조위에 30일로 활동 기간이 종료된다고 처음으로 공식 통보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이 끝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출근해 관련 서류를 파쇄하는 등 짐정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주장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이 끝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출근해 관련 서류를 파쇄하는 등 짐정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무엇을 밝혀냈나… 열악한 조건 속에 올린 성과

특조위는 지난해 9월 14일 조사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나섰다. 활동 기간 지난해 12월, 올 3월과 9월 세 차례 청문회를 실시했다. 3차 청문회는 위원들이 사비를 털어 비용을 댔다. 사고 현장 조사와 피해자들이 신청한 해경 지휘부 등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적재 화물 2215톤 가운데 1228톤이 과적이었고, 410톤의 적재 철근 가운데 일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쓸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참사 원인 수사가 부실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권력기관이 참사 보도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이뤄진 세월호 피해자 비하 활동이 과거 국가기관 댓글 조작 패턴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족할 성과는 아니었다. 애초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탓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참사와 관련 있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의 비협조와 조사 방해가 더 심각했다. 해경과 해군, 검찰은 자료 제출뿐 아니라 출석과 실지 조사도 거부했다. 예를 들어 해경 123정에 대한 조사를 위해 조사 대상자들을 소환하면 “방문 조사를 하라”며 조사에 불응하는 식이었다.

이런 한계 때문에 특조위는 특별법에 따라 지난 2월과 6월 두 차례 국회에 특검 임명을 요청했다. 참사 당시 구조활동을 제대로 못 한 해경 관계자 3명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새누리당의 반대로 특검 임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특조위는 지금이 온갖 조사 방해와 권한의 한계 속에서 조사를 벌여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있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이제야 조사 활동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진상 규명될 때 활동도 종료된다

정부가 주장하는 활동 종료일 직후는 공교롭게도 사흘 연휴다. 특조위는 연휴가 끝나는 오는 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저동 사무실에서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직원들도 정상 출근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그 사이에 정부가 무슨 조처를 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사무실 출입이 가능한지가 변수다. 특조위 사무실은 지문 인식으로 출입문을 열 수 있다. 정부 쪽에서 특조위 직원들의 지문 데이터를 삭제하면 출입 자체가 봉쇄된다. 전산망(인터넷과 인트라넷)을 끊으면 조사와 관련한 업무가 불가능하다. 특조위 관계자는 “출근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정부는 활동 종료 통보 이후 특조위와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은 채 29일 파견 공무원을 통해 공무원증 반납을 요구한 상태다.

10월부터 특조위라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활동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특조위 관계자는 “30일까지 남은 별정직 4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민간인 신분이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진상조사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조위 활동 기간 특조위 외부에서도 민간 중심의 진상조사 활동은 여러 부문에서 계속돼왔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축적된 특조위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결합하면 새로운 활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조위가 서울시와 안산시, 국회에 이관한 방대한 자료가 어떻게 이용될지도 주목된다.

“우리는 2기 특조위 출범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1기 때 성과를 이어받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면 2기 특조위는 훨씬 많은 일을 해낼 것이다. 진실이 밝혀져야 우리의 활동도 끝난다.” 특조위 관계자는 30일 오후 6시 이런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4일에 뵐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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