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첨가되는 미세플라스틱. 그린피스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9일 국내에 유통되는 화장품에서 ‘미세플라스틱’ 첨가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환경 오염 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 잔류해 생물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처라는 겁니다. 미세플라스틱을 사용 금지 원료로 추가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7월부터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화장품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길이가 5㎜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각질을 제거하기 위한 스크럽이나 세안제를 보면 플라스틱 알갱이가 있는데요. 이 물질이 바로, 미세플라스틱입니다. 치약은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된다고 식약처는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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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수는 바다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비교적 크기가 큰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1960년대부터 연구가 돼 왔는데요. 최근에는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는 작디작은 플라스틱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7월 발간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보고서를 보면, 미세플라스틱에 첨가된 화화물질에는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도는 동안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 같은 오염물질이 표면에 달라붙기도 합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란, 자연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생체 조직 내에 축적될 수 있는 유독성 합성물질로, 살충제나 공산품 등에 사용됩니다. 어류 등 바다 속 생물들은 이런 미세플라스틱을 쉽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먹이사슬을 통해 플라스틱 조각이 다른 생물체로 옮겨지기도 하지요. 이 과정에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등이 축적돼 성장을 저해하거나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 속 생명체들에 화학적·물리적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대서양·태평양 등 전세계 모든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한국 남해 연안 바다 속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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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 오염 세계 최고 수준
보리새우 위장 안을 가득 채운 미세플라스틱. 새우가 먹이로 잘못 알고 먹은 것이다. 마이유 레티니에미 박사 연구팀 제공
바다 생물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다면, 해산물을 먹는 인간에게도 미세플라스틱이 전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어류·조개·가재 등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위협이 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소화기관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면, 위나 내장 속에만 머물다 배설되지만 세포막을 통과할 정도로 충분히 작으면 세포에 흡수돼 축적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등은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환경연대 자료를 보면,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은 코코넛껍질이나 호두껍질 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어떤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있는 걸까요? 여성환경연대는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된 화장품을 조사해 브랜드·제품명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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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미세플라스틱 화장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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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에 미세플라스틱이 든 화장품 제보하기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도 꼼꼼하게 각질 제거를 할 수 있습니다. 극세사로 된 세안용 장갑을 끼고 클렌저로 거품을 낸 뒤 피부를 살살 문지르면 자극이 덜하면서도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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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