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중구프레스센터 앞 전광판에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박근혜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생중계되는 동안 광화문광장에 예술인들이 걸어놓은 ‘퇴진’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한 정황이 7일 드러남에 따라 당시 만남의 성격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곧 피의자가 될 신 회장에게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면 뇌물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2월말~3월초께 신동빈 회장을 독대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 시점은 신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의 내사 대상에 올라있던 때였다. 당시 검찰은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제보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대대적인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롯데그룹이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대통령이 피내사자 신분인 신 회장을 부른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미 롯데는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모두 45억원을 낸 상태였다. 특히 박 대통령은 신 회장을 만난 뒤인 3월 중순께 안종범 전 수석에게 롯데에 대한 추가모금이 잘 돼 가고 있는지 보고를 받고 지시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안 전 수석한테서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쪽은 대통령과 신 회장의 독대 후 3개월 동안 몇 차례 재단 관계자와 회동을 거친 뒤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했다. 애초 검토했던 35억보다 2배 많은 금액(<한겨레>10월28일치 1·3면)이었다.
이런 정황들은 롯데를 상대로 한 케이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음을 추론할 수 있는 것이라서 검찰이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3명으로 이뤄진 별도의 팀을 구성해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비공개 면담을 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간담회를 한 뒤 삼성 등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했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나서 도와줘야 한다. 재단 형태를 만들어 민관 합동으로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재단 자금을 모을 때마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직접 이를 챙겨본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직접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말한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얘기와 다르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20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 대통령이 피내사자인 신 회장에게 직접 재단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면,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은 제3자 뇌물죄다.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줄 경우 적용된다. 한 판사는 “대통령의 직무라는 것은 넓게 인정이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사 선처를 바라고 재단에 돈을 냈다면, 부정한 청탁으로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케이스포츠재단은 최순실씨에게 사적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세운 단체라는 점이 점점 드러나면서 공익재단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뇌물을 검토해볼 수 있다. 수사 초기부터 뇌물은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 수사가 되겠느냐.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독대하고 그 뒤 추가모금 등이 이뤄진 상황을 볼 때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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