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행진경로 4가지. 경찰은 검은색으로 표시된 지점까지만 행진을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자료=경찰청 제공
경찰이 12일 열리는 3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인근 행진을 불허했다. 집회 주최 측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이 12일에 행진을 하겠다고 신고한 5건 가운데 서울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로 향하는 4건에 대해 조건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목인 내자동 로터리까지는 행진하지 말라는 뜻이다. 경찰은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허용하면 많은 인파가 좁은 공간에 집결해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율곡로 구간까지 행진을 허용하면 도심 동서간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종로 전체, 특히 세종로 로터리를 경유해 세종대로를 통해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허용한 것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행진을 보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최 측은 집회 당일 오후 5시께부터 서울광장을 출발해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5개로 나눠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의주로터리·정동길·을지로입구·한국은행로터리 등을 거쳐 내자동 로터리까지 향하는 4개 코스에서 대해 일부 구간의 행진을 금했다. 신문로빌딩과 KB국민은행 광화문역지점, 조계사 인근 선일빌딩, 낙원동 부남빌딩까지만 행진을 허가한 것이다.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해 세종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하는 코스는 허가했다.
주최측은 즉각 반발했다. 한선범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언론국장은 “경찰의 행진 금지 처분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2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집회를 연다. 주최 측은 최대 50만명이, 경찰은 16~17만명이 모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12일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 300명이 신고한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행진은 허용됐다. 당초 경찰은 이 행진도 금지했으나 유성기업 대책위가 제기한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유성기업 대책위는 11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출발해 밤 9시께 청와대 도착을 목표로 행진할 예정이다. 이튿날 오전 11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행진을 시작해 경복궁역 교차로, 광화문 교차로, 세종대로 사거리, 종로구청 교차로까지 행진한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유성기업 대책위의 집회 및 행진에 대거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유성기업 대책위가 당초 집회 참가 인원을 300명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300명이 넘으면 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해산을 요구할 수 있다. 재판부도 유성기업 대책위의 집회와 행진이 한번 지나간 장소를 반복적으로 지나갈 수 없도록 제한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