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청년들의 모임 ‘청와대학교 총학생회’ 로고. 사진 청와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갈무리
“등교하자, 청와대로!” “콜드플레이 공연 못 가는 사람 모여라”
26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역대 최대 인원인 2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은 집회를 ‘풍자’와 ‘나눔’으로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청와대학교 총학생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에 뜻을 모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청와대를 대학교에 비유해, 시민들이 청와대로는 행진할 수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은 청와대 상징에 ‘청와대학교 총학생회’란 모임명을 쓴 깃발을 만들어 이날 집회에 들고 나갈 예정이다. 모임 관계자는 “청와대 행진을 가로막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권력을 풍자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예매 ‘대란’을 풍자한 ‘콜드플레이 못 가는 사람 유니온’이란 깃발을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현대카드에서 내년 4월15일에 여는 콜드플레이 공연 예매를 지난 23~24일 받았는데, 4만5천석 판매에 모두 145만명이 몰려 1분 만에 입장권이 모두 동난 상황을 소재로 한 것이다.
사진작가 김원재(37)씨는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깃발을 만들어 26일 집회에 나간다. 김씨는 ‘빨리’를 뜻하는 일본어 ‘하야꾸’와 ‘하야’를 조합한 “하야꾸 하야”라고 쓰인 깃발을 만들었다. 김씨는 “이전 집회에선 노조나 정당에서 깃발을 들고 나왔지만, 이번 집회는 개개인들이 관심사별로 모여서 재미있게 만든 깃발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곽빛나씨가 제작해 26일 5차 범국민행동에 무료나눔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스티커. 사진 곽빛나씨 제공
‘청년서예가 그룹 시옷’의 변희정 대표는 지난 20일 청년들과 함께 붓글씨로 쓴 ‘박근혜 퇴진’ 손팻말 이미지를 제작해 온라인에 무료로 배포했다. 변씨는 “집회가 장기화될 경우 붓글씨 이미지를 이용한 전단을 제작해 배포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곽빛나씨가 제작해 26일 5차 범국민행동에 무료나눔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스티커. 사진 곽빛나씨 제공
시민 곽빛나(28)씨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스티커를 제작해 무료나눔할 예정이다. 스티커에는 `방빼'라는 문구와 함께 청와대가 그려져있거나, 최순실씨의 얼굴과 함께 `나라가 siri(시리·아이폰의 음성인식서비스인 시리에 빗대 최씨를 이르는 말)에 빠졌다'는 문구가 적혔다. 곽씨는 “집회에 참여하면서 능동적으로 뭔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스티커 제작을 떠올리게 됐다”며 “집회에 나오는 구호나 문구들이 딱딱할 수 있는데 부담없이 재미있게 의견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대가 엄중할수록 자유롭고 즐겁게 저항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한솔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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