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만 190만명이 모였다는 지난 26일, 이전이라면 “우리 대오가 어디 있느냐”는 빗발치는 전화를 받았을 카이스트대학교 인솔자의 전화기는 조용했다. 집회를 앞두고 24일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 박항(22·전산학부)씨가 대오 인솔자의 지피에스(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해주는 ‘카이스트 대오 위치 보기’ 누리집을 만들어둔 덕분이었다.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씨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 속에서 깃발 보고 대오를 찾기가 어렵다. 찾아오는 학우와 인솔자가 편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누리집으로 대오 위치를 확인한 사람은 5000명에 달했다. 박씨는 “서울대와 한국외대 쪽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임시로 카이스트 총학 누리집에 페이지를 열었다. 다른 대학들도 집회 때 필요하다면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항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이 만든 ‘카이스트 대오 위치 보기’ 누리집 갈무리. 인솔자의 위치가 시간대별로 나타나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정국’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스마트 시대의 새로운 집회 풍경이 주목받고 있다. 평소 집회 때보다 궂은 날씨였던 지난 26일 5차 범국민대회에선 흰 양초대신 ‘엘이디(LED) 촛불’이나 ‘스마트폰 촛불’이 대세를 이뤘다. ‘순순 촛불’ 등의 각종 ‘촛불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타오르는 양초 모양이 환히 주변을 밝힌다.
‘집회출석’ 앱은 집회 당일 광화문 반경 2㎞ 이내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출석 체크가 된다. 이용자들은 지난 26일에도 앱 게시판에 ”힘냅시다 화이팅”,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춥지만 핫팩처럼 마음이 하나가 된 것 같다”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집회시위 제대로’ 앱에는 각종 집회시위 매뉴얼이 담겨 있다. 지난해 10월 공권력감시대응팀과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만들어 배포한 이 앱엔 ‘집회 초보자’들을 위한 준비물과 법률 등이 소개돼 있다.
매번 주최 쪽과 경찰의 집회 참가 인원이 달라 논란을 일으키자 아이티(IT) 업체들이 참가자 수 집계에 참전하기도 했다. 매장 유동인구 산출을 전문으로 하는 정보통신업체 ‘조이코퍼레이션’은 지난 19일 집회 때 광화문광장 인근 휴대폰 무선신호(와이파이, 블루투스 등)를 파악해 “누적 74만명(오차 범위 ±10%), 피크타임은 저녁 7~8시였으며, 이 시간에 광화문광장 집회 현장에 머물렀던 사람은 22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커스트리는 ‘캔들웨이브’라는 촛불집회 참가자 집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민들이 올리는 현장 사진으로 참가 인원 수를 센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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