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유가족들, 청와대 100m 앞 다다르자 오열

등록 2016-12-04 18:10수정 2016-12-04 23:08

세월호 기린 416개 횃불 선두서
희생자 304명 담긴 펼침막 들고
광화문광장 출발해 청와대 행진

경찰차벽·물대포 막혀 못 간 길
참사 2년8개월만에 마침내 밟아
‘세월호 7시간’ 국민적 분노 중심에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근방 100m 지점에 닿아 경찰 차벽 앞에서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근방 100m 지점에 닿아 경찰 차벽 앞에서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일 촛불 행렬이 처음으로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행진했다. 행렬 맨 앞엔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4년 5월 초, 아이들의 영정을 든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행진하다 이곳에서 한참 못 미친 지점에서 경찰에 제지당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 분노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가 그동안 얼마나 이념 문제로 덧칠되어왔는지, 또한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외면해온 건 아닌지 얘기하고 있다. 이날 유독 세월호 관련 행사나 상징들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후 4시,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담긴 펼침막을 앞세우고 광화문광장을 출발했다. 이들은 내자동 로터리를 지나 자하문로를 따라 청와대를 향했다. 그동안 경찰이 늘 막아섰던 청와대 앞 200m 지점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지나면서 눈물이 터졌고, 100m 지점인 효자치안센터에 이르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고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47)씨는 “그동안 경찰 차벽으로 막혀서 올 수 없었던 청와대 앞까지 오니 그 거리만큼 진상규명에 다가선 느낌이 들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경찰이 쏜 최루액 물대포를 오른쪽 뺨에 맞고 쓰러졌던 세월호 생존학생의 아버지 장동원(46)씨는 “백남기 어르신의 안타까운 사건을 보고 나도 그런 일을 당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여기까지 오는 게 그렇게까지 힘들어야 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년 반 만에 청와대 앞에 다다른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고 최윤민양 언니 최윤아(25)씨는 “대통령은 ‘내 잘못은 아니고, 주변 사람 잘못 둔 탓’이라고 한다. 유가족은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싶은데도 입이 막혀 있는데, 대통령은 단지 자신이 억울하다는 말을 하려고 담화를 발표한다”고 비판했다.

광장의 촛불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표했다. ‘근혜, 순실, 7시간, 304명 생명’이라고 적힌 노란 피켓을 준비해 온 권지인(48)씨는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성인 것 같다”며 “단 10만명이어도 지속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 통인동 커피공방은 ‘어머님, 아버님, 힘내세요!’라는 대형 펼침막을 내걸어 유가족들을 응원했다.

이날 저녁 7시 정각 광화문광장에서는 ‘1분 소등’이 실시됐다. 깜깜한 바닷속에 감춰진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미에서 마련한 행사였다. 이날 행진 대열에 등장한 횃불도 세월호를 기리기 위해 참사 날짜를 딴 416개였다.

유경근(47)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두드리고 싸웠던 유가족들과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고 한 시민들의 힘으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격려”라며 “‘박근혜 7시간’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통해 진실에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 7시를 넘기자 광화문광장 본행사를 마친 시민들이 횃불과 촛불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는 이들의 발길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효자치안센터를 향했다.

김규남 박수진 기자 3string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