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시신인양X, 정부책임, 부담’ 적혀
김 전 실장 “그렇게 얘기한적 없어”
<한겨레>가 유족 동의를 얻어 입수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수첩(비망록) 10월27일자 메모. ‘장’이라는 글씨와 함께 ‘세월호 인양 - 시신인양X, 정부책임, 부담’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세월호 희생자 시신인양이 정부에 부담된다, 늦춰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났다.
7일 <한겨레>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입수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비망록)을 보면, 2014년 10월27일자에 김 전 실장을 뜻하는 ‘장(長)’이라는 글자와 함께 ‘세월호 인양 - 시신인양X, 정부책임, 부담’이라는 메모가 있다. 그해 10월27일은 세월호 유가족이 선체 인양 여부를 두고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가 부결된 뒤, 정부에 ‘지속적으로 실종자를 수색해달라’고 요청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다음 날인 28일, 294번째 희생자 시신 발견 이후 102일만에 기적적으로 단원고 황지현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후 추가로 실종자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현재 미수습자는 9명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김영한 전 청와대 수석의 비망록 10월27일자 메모를 보면, 김 전 실장이 ‘세월호 희생자 시신인양이 정부에 부담된다, 늦춰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메모가 있다. 이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있느냐”고 김 전 실장을 추궁했다. 김 전 실장은 “저 (메모의) 의미는 모르겠다”며 “저는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 저 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한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도 가미돼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당신은 비서실장이 하지도 않은 얘기를 적는 민정수석을 기용한 것인가”라고 따지자 김 전 실장은 “저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이런 사태가 온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그 메모는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재차 부인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