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혁명’은 거대 권력뿐 아니라 일상 속 차별과 편견에도 맞섰다.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출구’를 운영하는 이지원(24)씨는 지난달 집회 도중 무대에 선 사회자가 “모두 일어나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대신 “일어날 수 있는 분만 일어나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깊은 울림을 느꼈다. 비장애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장이지만, 장애인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제안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작 한 문장 달라졌을 뿐이지만, ‘우리의 광장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치 집회에서 장애인, 여성 등 소수자 관점의 문제제기는 종종 묵살되곤 했다. ‘해일이 이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비아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11월 혁명’은 달랐다. 집회 초기부터 주최 쪽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금했고, 소수자를 비하하는 욕설도 적극 제지했다. ‘여성 비하 가사’라는 논란에 디제이디오시 공연이 급히 취소된 건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작지만 큰 사건이었다.
집회 참가 청소년들을 ‘기특함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평등한 광장의 정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과 학생인권상담소 넘어의 쥬리 활동가는 “광장에 나간 청소년들이 어른들로부터 ‘기특하다’는 애기를 듣는데, 그건 청소년을 하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청소년을 동료 시민으로 대우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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