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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런 세상 만든 어른들…우리한테 정신차리라고요?”

등록 2016-12-18 20:04수정 2016-12-18 22:01

세종문화회관 앞 ‘청소년 혁명’ 발족
‘뭘 아느냐’ 소리치는 어른에 맞서
“성인들 도움없이 바꿔보고 싶다”
‘청소년 선거권 투쟁’ 이어 갈 계획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탄핵 기각’ 손팻말을 든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에 맞서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청소년들의 집회에 ‘난입’하는 어른들 때문에 나중엔 충돌에 대비해 경찰 인력이 보충 투입됐다. 사진 박수지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탄핵 기각’ 손팻말을 든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에 맞서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청소년들의 집회에 ‘난입’하는 어른들 때문에 나중엔 충돌에 대비해 경찰 인력이 보충 투입됐다. 사진 박수지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10대 청소년 너댓명이 폴리스 라인을 사이에 두고 ‘탄핵 기각’ 손팻말과 태극기를 든 중년 여성과 맞서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던 청소년 100여명은 인근에서 열린 엄마부대봉사단 등 극우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저것들 가르쳐놨더니…. 자식이 부모를 망치네”, “저렇게 예쁜 애가 어떻게 사회주의에 물들었나.” 노인들은 청소년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찼다. 경찰은 자꾸 폴리스라인을 넘어 청소년 집회 영역 쪽으로 와서 난동을 부리려는 노인들을 타일러 돌려보내기 바빴다.

지난 8주 동안 광장에 나온 10대들은 박근혜 정권만이 아니라 ‘노인’들과도 싸워야 했다. 성인에겐 함부로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청소년들에겐 “너희들이 뭘 아느냐”며 삿대질하며 소리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광경을 보던 고등학교 3학년 최미나(18)양은 “우리가 이런 세상을 만들지 않았다. 어른들이 이따위로 만들어 놓은 세상을 우리가 바꿔보겠다고 나온 건데 우리한테 정신 차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10대들은 8주 동안 촛불집회로 자신들이 세상을 바꿨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배유림(16)양은 “개인적으로 참석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으로 모여서 ‘우리도 뜻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온 고1 박열(16)군은 “대부분 또래라서 함께 정유라 입시 부정이나 교육 개혁 같은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처음엔 답답해서 나왔는데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엔 축제에 나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청소년혁명’ 출범 기자회견에 이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박수지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청소년혁명’ 출범 기자회견에 이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박수지 기자
이날 집회에서 10대들은 ‘전국청소년혁명’을 발족한다고 세상을 향해 선언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중고생연대’와 ‘중고생혁명’을 통합한 단체다. 회원은 1000여명에 이른다. 전국청소년혁명은 기자회견문에서 “어떠한 성인 세력과도 연합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어떠한 성인들의 지도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을 것”이라고 또박또박 적어넣었다.

‘촛불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들은 ‘청소년 선거권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 만 19살 이상 국민에게만 주어지는 선거권을 만 18살부터 주자는 운동이다. 육경수(17)군은 “저희가 앞으로 살아갈 세대인데, 이대로 어른들한테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청소년들은 구호를 외쳤다.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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