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304개의 구명조끼 앞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흰 국화가 한 송이씩 놓여 있다. 고한솔 기자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은 새해 첫 촛불 집회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에 시작될 11차 촛불 집회를 앞두고 광장 곳곳에선 세월호를 추모하고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예술가 이성형씨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상징하는 아홉개 펌프로 공기를 주입해 뱃고동 소리가 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씨는 “세월호에 ‘숨’을 불어넣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광장에 놓인 304개의 구명조끼 앞엔 흰 국화가 한 송이씩 놓여 있었다. 노란 풍선을 손에 든 시민들이 광장을 거닐었다. 광주 지혜학교에 다니는 유효진(18)양은 “대통령이 신년 간담회에서 세월호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물어보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을 하고, 헌법재판소 절차도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예술가 이성형씨가 세월호 뱃고동 소리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박수지 기자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송박영신! 국민토크! 바꾸자 3개를 말해봐!’를 주제로 시민들이 쓴 바람.
세종대왕 동상 앞에선 ‘송박영신! 국민토크! 바꾸자 3개를 말해봐!’를 주제로 시민들이 2017년에 꼭 바뀌어야 한다는 세가지 바람을 적었다. 시민들은 ‘대통령’, ‘검찰’, ‘탈핵’부터 ‘최저임금 200만원’, ‘세월호 인양, 진실을 밝혀내라’, ‘죽어가는 경제 부활’까지 다양한 새해 소망을 빌었다. 고암 정병례 작가는 이날 광장에 흰 현수막을 깔아두고 ‘어둠을 홰쳐’라고 붓글씨를 썼다. 어둠을 홰쳐(닭이나 새 따위가 날개를 벌리고 탁탁 친다는 뜻) 2017년 정유년 새 아침을 맞자는 의미다. 집회 참석자들의 새해 소망을 붓글씨로 써주는 재능 나눔 현장도 있었다.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암 정병례 작가가 흰 현수막에 ‘어둠을 홰쳐’라는 붓글씨를 쓰고 있다. 고한솔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극인들은 광장 복판에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세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인들은 정부가 운영하는공공극장을 빼앗겼다”며 “광화문광장에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세우고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4시 블랙텐트 개관식이 열린다. 이밖에도 광화문광장 북단에선 ‘헌법재판관에게 국민엽서 보내기’가 이어졌고, ‘18세 선거권’ 서명운동도 받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헬조선-헬직장 이것부터 바꾸자’라는 행사엔 시민들이 작은 카드에 바꾸고 싶은 직장 문화에 대한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날 집회는 오후 4시 추모콘서트를 시작으로 5시엔 4·16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 발족식을 연다.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5시30분부터 본집회를 시작하고 7시 소등 퍼포먼스를 마친 뒤 청와대, 총리관저, 헌재, 광화문광장을 포함 경복궁역 앞 내자로터리까지 행진을 한다는 계획이다.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1차 촛불 집회에 참석한 광주 지혜학교의 김어진(18), 유효진(18)양 (왼쪽부터).
박수지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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