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 걸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민생 행보가 연일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엔 선친 묘소에 뿌려야 할 퇴주잔을 본인이 마셔버려 구설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4일 귀국 뒤 첫 주말 일정으로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아 부친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모습이 와이티엔(YTN)의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반 전 총장이 선친의 묘소에 절을 한 뒤 퇴주잔으로 보이는 잔에 술을 받아 그대로 마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영상을 보면, 선친 묘소에 절을 한 반 전 총장이 그 뒤 바로 술잔을 들어 음복을 한다. 이는 편집된 영상으로 당시 전체 상황이 담긴 영상에서는 반 전 총장이 두 번의 절을 마친 뒤 퇴주하지 않고 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절을 한 뒤 바로 음복을 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일반적으로 성묘에선 술을 따라 올린 뒤 그 술을 마시지 않고 묘소 인근에 뿌리는 것이 풍습이다.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뒤늦게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오랜 외국 생활로 감을 잊은 게 아니냐”는 반응과 “기독교 신자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누리꾼들은 “측근이 제지할 새도 없이 마셔버렸다”, “마치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잘 모르면 하지를 말든가, 굳이 저런 모습을 연출해야 했나”, “그럴 수 있다손 칩시다. 어쨌든 반기문님에게는, 대통령직이 아니라 한국에 적응하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해 보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충청권 제사 예절의 전통이 아니겠느냐”며 지역이나 풍습에 따라 성묘·제사가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충청권에 퇴주잔을 마시는 풍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의 ‘음복 실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12일 귀국 이후 연일 리스트를 갱신하고 있는 석연찮은 행동들 때문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반 전 총장은 귀국에서부터 가는 곳마다 연일 크고 작은 논란들에 휩싸였다. 이번 퇴주잔 논란을 포함하면, 공항철도 표 구입, 에비앙 생수 선택, 방명록 핫팩 의전, 방명록 수첩 커닝, 음성 꽃동네 턱받이 논란과 마스크 미착용 AI 방역 논란까지 그 리스트는 모두 9건에 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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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 쪽은 ‘퇴주잔 논란’과 관련해 “재례 등은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각 마을마다 관습이 다르다. 반기문 총장은 집안 관례대로 재례를 올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내용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해명자료의 ‘재례’도 맞춤법이 틀렸다. 제사를 지낼 때의 예절을 뜻하는 단어는 ‘재례’가 아닌 ‘제례’가 맞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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