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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윽, 책장 넘기는 소리만…묵독 파티 어때요

등록 2017-01-17 16:50수정 2017-01-17 22:07

침묵 속에서 각자 책 읽는 모임
정기적으로 카페·바 빌려
휴대전화 방해 없이 독서 집중
밤샘·1박2일 묵독 파티도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묵독 파티’에서 참가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위에서부터 장주호(30)씨, 박준형(33)씨, 이주영(33)씨.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묵독 파티’에서 참가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위에서부터 장주호(30)씨, 박준형(33)씨, 이주영(33)씨.
토요일인 1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엔 외따로 앉은 6명이 말없이 책장만 넘겼다. 누군가는 비스듬히 소파에 기댄채, 또 다른 누군가는 허리를 곧추 세운 채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잔잔한 음악과 달그닥거리는 주방 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카페에서 이들은 ‘묵독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묵독 파티’는 미국, 뉴질랜드 등지에서 ‘사일런트 리딩(silent reading)’, ‘슬로 리딩(slow reading)’이라는 이름으로 번져온 ‘침묵 속에서 책을 읽는 파티’를 말한다. 묵독 파티는 집중해서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휴대전화나 소음 없이 편안하게 독서에 빠질 시간을 준다. 국내에서도 이런 수요에 맞춰 책 관련 스타트업, 서점 등에서 정기적으로 카페나 바를 빌려 ‘묵독 파티’를 열고 있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땐 휴대 전화나 다른 것들 때문에 온전히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책을 읽을 수 있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 게 좋아 벌써 10번 정도 참여했습니다.” 공학 박사 박준형(33)씨는 묵독 파티의 장점으로 단연 ‘다른 방해 없이 온전히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꼽았다. 도서 추천 서비스 스타트업 ‘플라이북’이 2014년 12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열고 있는 이 묵독 파티엔 참가자들이 별다른 자기 소개도 없이 조용히 책을 읽고 책 얘기를 나눈 뒤 헤어진다. 플라이북의 김준현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외국에서 활발한 ‘사일런트 리딩 파티’에 착안해 묵독 파티를 시작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묵독 파티’에 참여한 이들이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묵독 파티’에 참여한 이들이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존 독서모임과 달리, ‘숙제’가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이날 묵독 파티에 13번째 참석한 직장인 장주호(30)씨는 “보통 독서모임은 한 책을 정하고 미리 읽어와 얘기를 나눈다. 언제나 마음에 드는 책이 선정되는 것도 아니고, 직장 다니면서 그런 모임은 숙제처럼 느껴지더라”며 “각자 원하는 책을 읽고, 책 얘기를 나누거나 관련된 만화나 영화 이야기까지 나누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날 아모스 오즈의 소설 <나의 미카엘>을 읽은 장씨는 “웹툰 <파수꾼의 왈츠>에도 이 책이 나오는데 함께 비교하며 읽기 좋을 것 같다”며 파티 참가자들에게 책을 소개했다.

‘불금’의 자정부터 7시간 동안 ‘밤샘 묵독 파티’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양문고는 지난해 3월부터 한달에 한번 ‘심야 밤샘 묵독 파티’를 열고 있다. 서점 인근의 카페와 힘을 합쳐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4인용 좌석에 홀로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참가비는 1만원이다. 서점 쪽은 미리 참가자들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신청 받아 묵독 파티날 카페에 신청 받은 책 여러 권을 비치해 둔다. 김민애 한양문고 실장은 “지역 주민 10~12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묵독 파티 단골도 생겼다”고 말했다.

‘나홀로 1박2일 묵독 파티’도 곧 실현될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서점 북바이북은 오는 25일부터 20㎡(6평) 남짓한 원룸에서 홀로 하루 숙박하며 ‘독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일독일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김진양 북바이북 대표는 “참가비 5만원으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데 이미 3개월치 예약이 완료됐다”며 “조용한 공간에서 소음 방해 없이 책만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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